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둔감한 사람과 예민한 사람은 분명 있다. 물론 둔감해 보인다고 해야 할지 모르지만 태평스럽거나 배포있어 보이는 인간이 분명 있다. 툭툭 털어버릴 수 있거나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부러워한다.

상대방을 별로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 자기 감정만 생각하는 사람들. 의외로 이런 사람들이 많다.

나는 왜 그 사람들의 희생자로 생각되나? 감정에도 갑을관계는 성립되는 것 같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는 것처럼. 딱히 사랑이 아니더라도 관계에 있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쫑내고 싶지 않는다면 어쨌든 가야하는 것이니까. 그 심리 근저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요 며칠 사이에 다시 그런 일을 당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별로 기대하는 바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나를 감정의 토로,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생각하는 그런 게 있는 것일까? 그렇게 제 멋대로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 제 멋대로 간다. 그것도 아주 더럽게.

제 감정, 제 상태만 있을 뿐. 물론 그도 완전히 끊지는 못한다. 단지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뿐. 혹은 하필 통신사가 그 사람에게만 못된 장난을 친건지, 세 번 분명히 받을 때까지 길게 잡고 있었건만, 전화 온 게 없단다.

단지 알려줄 사항이 있어서 전화한 것 뿐인데. 물론 끝에 두 번은 괘씸해서 계속 걸었던 거지만. 확인 사살. 

그걸로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볼 일 없다. 소심한 복수? 아니, 거기까지다. 그렇게 한 사람과 선을 그었다, 어제.

 

[강신주의 감정수업]은 한번쯤 이런 책을 쓰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컨셉의 책인 듯하다.

미리보기를 통해서 몇 페이지를 봤는데, .......흠. 정연하거나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어서....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감정의 프리즘으로 소설을 읽는다는 건 멋진 기획이었다. 내용이 얼마나 받쳐줄지는 읽어봐야 알 수 있겠다.

'감정의 종류와 성격에 대해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하다는데, '살아있는 나'를 위해 감정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하긴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모른 채 당하는 때가 많으니, 그 감정을 반추하게 하는 건 또 뭔지, 그 대답까지 있을 것 같다.  

 

 

  

 

 

 

 

 

 

 

 

 

 

 

 

 

2부 14장의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을 '경멸 - 자신마저 파괴할 수 있는 서글픔'으로 풀었는데, 만만치 않은 분량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헷갈렸었는데 그거였나 싶다. 이해하지 못한 채 읽었던 책 중의 하나였는데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역시 읽어보지 못한 소설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더불어 스피노자. 감정의 윤리학에 대해 맛좀 볼 것 같다.

우회하여 스피노자로 향해봄직도 하다.

 

 

 

 

 

 

 

 

 

 

 

 

 

 

 

[스마일리의 사람들](존 르 카레). 이제 읽기 시작했다. 11월 이때 읽기에 딱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음울한듯하면서도 인물은 생생하다. 건조한듯하면서 꿰뚫어보는듯한 서늘한 통찰도 제때 끼여든다.

RHK의 '판타스틱 골드 라벨' 시리즈에는 존 르 카레의 작품이 3권 근간으로 예정되어 있다.

[Little Drummer Girl], [Our Kind of Traitor], [A Delicate Truth]

비교적 전성기 때 작품(리틀 드러머 걸)과 최신작에, 영화화되는 작품(OUr Kind of Traitor]을 아우르는데 ... 어째 쫌...

최신작이니까 기대반, 별로...반. 그렇다.

어쨌든 [스마일리의 사람들], 초반부터 사로잡는다. 이럴 땐 다 때려치고 따듯한 곳에서 책 쥐고 맘껏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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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6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포스트잇 2013-11-16 11:30   좋아요 0 | URL
위로를 전합니다... 그런 사람 의외로 많더라구요. 저는 이상하게 몇 번 저런 경험을 당했답니다. 이번엔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내가 뭘 잘못했나, 내게 뭔 문제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앉았더라구요. 그래서 더 화가 났습니다.
하, 그냥 잊기로 했습니다. 저 사람, 어느날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또 전화할 것 같은데 그땐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존르카레, RHK가 일단 근간으로 소개한 건 판매량과 무관하게 나올 것 같긴 합니다.
아껴가면서 열심히 읽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