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무색의 서재다.

10년 째 되는 이놈의 서재는 여전히 처음처럼 그모양 그꼴이다. 서재주인도 아마 그럴 것이다. 

깊이 천착하는 것도 아니고 넓게 두루 섭렵하는 것도 아니며 성실함조차 갖추지 못한 서재의 모습이다.

가장 후회스러운 건 10년 동안 주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인 것 같다. 어차피 아무리 많이 읽어보려 노력한다 해도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읽을 수는 없다.

이쯤되면 한 두가지로 좁혀져서 깊이를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30여 페이지 읽다가 놀라워하고 한탄했다. 곰곰발님을 비롯해 이 책을 읽고 감탄한 많은 분들이 똑같은 책을 본게 맞는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좀 걸리는 번역을 만난 것 같다.

난 한문장 한문장 읽기가 쉽지 않던데 다들 지뢰밭을 잘 건너시는 모양이다.

얇지도 않는 책인데(460페이지씩이나...) 뒤로 가면 나아지나?

 

 

 

 

 

 

 

 

 

 

 

 

 

 

 

조엘 디케르의 [HQ :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플롯의 힘으로 읽을만한 것 같다.

대화는 최악에 속한다, 고 나는 본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언급한 대목들은 얼추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지 않지만 어쩐지 잠언집만 모아놓은 곳에서 발췌한 듯 학생문집같고.

그럼에도 읽게 하는 힘은 사건의 진실을 궁금케하며 쥐고 가는 구성과 플롯의 힘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 구성을 몇 작품에서 본 적이 있다. 원형은 예전에도 있었을 것이지만 더욱 정교해진 이런 플롯은 최신 개발된 유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1권을 끝까지 읽었다. 2권이 기대된다. 딱 그만큼.

이에 비해 아직도 중반에서 지지부진한 정유정의 [28]은 재난장르의 플롯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별로 기대되는 게 없다. (아, 작가에게 절라 미안하네.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아, 죄송) 

상황상황별 세부 설정이나 묘사에 치중하면서 여기서 결정되는 건데... 장황해지기도 하고 때론 오그라들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좋은 장면도 많다. 정유정 작가의 힘이 좋다. 끝까지 읽어볼 참이다.

 

소설을 무슨 힘으로 읽게 만드는가?

 

지난달 신형철의 문학동네 북캐스트를 통해 소개받은 손보미의 [그들에게 린디합을]과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여름 거짓말]은 좋았다. 손보미는 자신의 장점과 색깔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나는 그녀를 지지한다. 다음 작품들도 기대된다. (참, 하나마나한 얘기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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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0-02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사이더 읽는 맛이 좀 무뚝뚝하죠 ? 번역이 옛날 분이 한 거라
글이 착착 붙지는 않으실 겁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포스트잇 2013-10-02 14:27   좋아요 0 | URL
ㅎㅎ 이 책을 밤에 자려고 누워 베개에 기댄채 읽어보려 했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전 정좌하고 연구하듯 읽어봐야~~이해할수 있으려나, 살짝 걱정됩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