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외에 별달리 좋아라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없는 무덤덤, 극심심한 사람으로서 뮤지컬영화로 제작된 <레미제라블>이 나온다한들 그런가보다 했다. 이제 영화는 그저 일반극장에 걸리는 영화 중 관심가는 것이 생길 때(그래도 알라딘 영화할인쿠폰은 꼬박꼬박 쓸만큼) 꼭 극장가서 보는 것 외엔 TV나 모니터를 통한 영화도 거의 보지 않는 내가 됐으니까.
<남영동1985>는 차마 못 보겠어서(내가 확실히 변한 건 이런 것에서도 드러난다. 예전같으면 가리는 것도, 꺼리는 것도, 무서워하는 것도 없었는데), 포기하고 <26년>을 봤다.
본 영화 시작 전 무수한 광고와 예고편이 소개됐는데 그중 <레미제라블>이 있었다. 우리가 회화에서 많이 보던 색감을 지닌 채 또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들과 포즈들이 가득하며 노래가 퍼지는 예고편이었다.
원작도 안 읽었지, 뮤지컬로도 본 적이 없지, 영화화된걸 본 적도 없으니 <레미제라블>과 관련해서는 장발장 얘기 외엔 솔직히 아는 게 없다.
가지고 있는 책도 읽지 않고 그저 놔뒀고 언젠가 읽겠지 생각했었다.
나도 참 가볍지. 어제 예고편 딱 보고 당장 [레미제라블]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읽고 영화를 봐야지라는 생각.
그리고 <26년>.
아니, 32년.
강풀도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했다.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해본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았을까.
심판.
저대로 놔두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이라는 생각. 수없는 오욕의 역사를 살아도 부끄러운줄 모르는.
누군가 말했듯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누가? 저대로 놔두는, 아니, 놔두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살려서 준동하게 두는 우리. 그런데도 지금 또다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려고 한다.
87년 직선제 쟁취 후 첫 대선 그때처럼. 노태우 당선. 아무리 양김이 분열했다해도 어떻게 노태우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가, 아니,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설 수 있는가 말이다.
<26년>. 정말 계엄군이 사람들을 저렇게 죽였을까, 이제까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한 건 과장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제발 깨어나시라. 뭐, 그정도쯤이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많아도 너~무 많을 것 같다. 도대체 그런 일을 '불가피'하다, 정도로 치부하고 선택한, 보다 더 중요한 건 뭐였단 말인가?
<레미제라블>.
코흘리던 시절을 갓 벗어난 해, 어떤 계기로 나는 도대체 '혁명'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었다. 나의 첫 혁명, 1789년 프랑스혁명, 그리고 1910년 러시아혁명. 난 두 혁명에 매혹됐었다.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이 혁명을 수행하는가, 혁명의 리더들이란 사람들 말고, 일반 그저 평범한 사람들, 목숨의 위협보다 더 우선된 무언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그 사실의 경이로움. 나는 그 비밀이 궁금했었다. '광주'는 바로 그 다음 해에 다가왔다. 그리고 혁명사를 좀더 많이 들여다본 건 그 뒤로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영화보기 전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부터 읽으련다. 아, 그래도 주말은 [푸른작별]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