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패러독스13].
코맥 매카시의 [로드]만큼 절망적이지 않다. 히가시노 게이고니까. 세이야라는 비현실적이리만큼 이성적인 인물의 존재감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가 그렇게 결말지은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비현실적인 인물이라서? 궁금한데 뭐, 생각을 더 많이 해보지도 못한다.
김봉석의 [하드보일드는 나의 힘] 마지막 책은 렌조 미키히코의 [조화의 꿀]이다. 김봉석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야행]의 유키호에서 [조화의 꿀]의 란으로 가장 매력적이고 원숙한 여인, 팜므파탈의 전형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팜므파탈에 매혹되는 1인인 나는 이 또한 매우 궁금해서 읽어보았다. 결론은, 나는 그 생각에 반댈쎄. 란은 마지막에 구구절절한 편지를 보낸다. 매력 확 떨어진다. 팜므파탈은 지 스스로 드러내기 보다는 그녀에게 끌리는 다른 이들에 의해 조각되는 맛이 있다. 그 모호함과 절대적인 숭고의 존재로 우러러질 때 치명적으로 느껴진다. '카와타'는 란이 계속해서 자신을 사로잡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주장만 할 뿐 독자인 나까지 사로잡은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직까지 유키호.
역시 장르소설 정도는 읽을 수 있지만 본격소설들은 그저 부지런히 날라놓기만 할 뿐 읽기가 쉽지 않다.
지난 한달 동안 포스팅 하나 못 올리면서 계속해서 나오는 책들만 훑어보고 지냈다.
몸은 마음같지 않게 시름시름거리고, 복병처럼 노안을 만나서 쩔쩔매며 어쩔 줄 모른다. 올 것은 결국 온다. 노안이 없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 운 또한 비켜갔다. 노안수술도 있는 모양인데 아직까진 불완전한 듯하다. 아마도 세월이 좀더 흐르면 인간은 거의 인조인간에 가깝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립 K. 딕의 [유빅]은 문학수첩 판을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 없고, 폴라북스에서 나온 번역판을 새로 구입해야 할 것 같다.
이 선집도 내년 여름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가]를 출간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다.
이제 폴라북스에서는 '미래의 문학' 총서를 출간할 예정이라는데 총 10권이 소개되었다. 그 첫째 권으로 콜린 윌슨의 [정신기생체]가 나왔기로 우선 구입했다. '미래의 문학'은 문학사적 의의와 읽는 재미를 갖춘 해외의 고전과 최신 SF들을 소개하고자 기획된 시리즈라고 한다. 이미 SF를 다뤄왔던 출판사들에서 접었던 기획이 폴라북스에서 실현된다고 하니 기대되는 한편으로, '재미를 갖춘' 작품을 엄선(?)했을 것이라 하니 나도 '재미' 좀 보자.
[정신기생체]를 먼저 읽어보면 앞으로의 작품 수준도 감이 오지 않을까.
역자 김상훈의 해설에 의하면 콜린 윌슨은 앵그리 영맨 세대의 일원이자 영국 노동계급 출신의 작가로서
'실존주의적 위기'라는 특유의 철학적 화두를 통해 카프카, 카뮈, 헤밍웨이, 헤세, T.E.로렌스, 반 고흐, 쇼,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저작에 나타나는 일탈적인 인간상을 예리하게 분석했고, 그때까지만 해도 반사회적 탖의 지위를 감수해야 했던 수많은 아웃사이더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보수적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전후의 비평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p332) [아웃사이더](1956)로 일약 세계적인 비평가의 반열에 올랐다가 10년 뒤 이 [정신기생체]로 작가로서도 본격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콜린 윌슨은 서문에서 자신이 '러브크래프트'의 상상력에 자극받아 20세기 가장 확실한 아웃사이더 작가로서 그를 돌아보기 위해 쓴 소설임을 밝히고 있다.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관심 또한 갖게 하는 그의 서문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간단히 공포문학의 대가로만 알고 있는 러브크래프트(이름이 러브크래프트다!)도 내겐 아직 미지의 작가다.
이 에스프레소 시리즈 문고판도 아직 읽지 않았다는 거. 거기에....
전집도 있다.
미래의 문학 시리즈는 양장본으로 나오지 않는 건가? 다행이다. 이런 판형에 이 모양이 좋다.
총10권으로 앞으로 9권만 더 사들이면 되겠는데, 나는 도통 모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라 도전에 해당하겠다.
그나저나 기획자에다 번역까지 맡고 있는 김상훈 씨는 도깨비인가? 중증의 워크홀릭이지 않나 싶다. 대단해.
[정신기생체]를 먼저 읽어보고 영 내가 소화할 수 없다 싶음, 이번엔 그냥 패스해야지.꼭.
그리고 올 게 왔다.
셰익스피어 역사극. 김정환 번역의 11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당장 읽을 것 같지도 않은지라, 가격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 당장 저 빨간책을 가져다놓고 싶지만 참자.(언제 마음 변해 클릭을 누를지 몰라)
이걸로 끝이 아니야. 앞으로 [줄리어스 시저] 등 로마사극 9권이 나올 예정이란다. 올 초였던가, 셰익스피어 읽기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좋은 번역서들이 있었으면 했는데 이렇게나 제까닥 나와주시니 할말이 없긴 하다. 올초 사놓은 몇 권의 셰익스피어 작품들도 ... 다 읽지 못했다. .......
또 있다. 퍼트리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5부작. 명성만 자자하고,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만을 딱 본,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마치 매실 해밋 전집 5권처럼 구해놓고 싶지만... 아직 맘 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 괴팍했다는 작가 자체가 더 궁금하다.
리플리 시리즈만이 아니라 이 작가의 작품들은 영화화된 히치콕의 영화로만 봤을 뿐 제대로 본 적이 없다.
70여 평생 동안 두 편의 장편소설과 일곱 권의 단편집을 발표했으며 [서스펜스 소설의 구상과 집필]이라는 추리소설 작가를 위한 안내서(민승남)도 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이렇다. 애드거 알렌 포로부터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카뮈, 니체, 사르트르, 키에르케고르 같은 이들의 수맥을 이어받고 있다 하니 영화와는 또다른 느낌과 깊이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색깔 있는 하드보일드, 여자에게도 다정한 트래비스 맥기라는(탐정도 아니고 경찰도 아녀), 그런 정체불명의 '해양구조컨설턴트'가 탐정도 경찰도 찾아줄 수 없는 물건을 찾아주는 활약을 한다고 한다.
대실 해밋의 '샘 스페이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말고 또 다른 하드보일드한 남자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지 궁금하다. 존 D 맥도널드도 또 내가 잘 모르는 작가로서 정영목, 정태원이 편역한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에 <고향을 그리워하는 뷔크>라는 단편이 하나 실렸는데, 먼저 읽어봐야지 꺼내놓고 그냥 일주일이 흘렀다.
뜬금없는 책. 우석훈의 [모피아]. 소설. 부제가 '돈과 마음의 전쟁'이다. 이게 소설이 되나? 어떻게 되나? 궁금해.
한편으로 선입견을 갖고 있다. 소설을? 우석훈 씨가 소설을? 에이~.
이상이 최근 눈독들여 본 관심도서들이다.
금정연의 [서서비행]을 읽고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책으로 천년을 사는 방법]에 나오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책을 읽지 못했는가'를 인용하고 있다(p.35), 보통의 독자가 '작품 사전' 같은 데에 실린 모든 작품을 읽으려면 얼마가 걸리는지 계산하며 '그 누구도 중요한 작품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는 것이 에코의 결론이다.
금정연 본인도 이에 따라 자기가 갖고 있는 책으로 계산해봤을 때 이번 생에서는 절대로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책에는 보다 자세하게 나왔던 것 같은데, 차례대로 읽은 게 아니라 관심가는 글부터 우선 읽었던 터라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못찾겠다. 게다가 나는 이 대목을 읽을 때 킥킥 웃었다, 그 말을 하려던 건데, 이상하게 웃기진 않고 밍밍해져버렸다.) 나는 어떤가 계산 좀 해보려다 그 계산 하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책 몇 장이라도 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개했다.
읽으려고 사둔 책이 많다. 특히 소설들. 본격문학들. 그외.
잘 정리해서 내가 느낀 것들을 다른 이들과도 공유하고 싶고, 보다 흥미로운 관점들을 힌트처럼 얻기도 바라지만 소설 읽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보다 많은 소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