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가 왜 죽었냐... 하면 더이상 소설이 안써지자 총으로 빵, 끝낸 것이다... 는 식의 말을 읽은 것인가, 들은 것인가? 

어쨌든 머리속에 남는 말이었다.

어릴 때도 그렇고 최근에 다시 읽어봐도([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김욱동 번역)) 헤밍웨이는 끌리는 작가는 아닌 듯했다. 

그러다 한겨레21에 게재된 신형철의 글을 보고서야, 책무더기 속에 묻혀있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2002년 8월 2일 구입 날짜가 써있었다. 

 

 

  

 

 

 

 

 

 

 

 

 

 

 

 

 

암호처럼 '6-3'이라는 숫자를 기입해뒀는데 이건 또 뭘 가리키는 것인지, 그날 6권을 샀다는 말인지... 아, 젠장할, 자기도 뭔지 모르는 걸 써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내가 헤밍웨이를 찾아야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게다가 읽지도 않았다. 사놓고 처박아둔 것이다.

 

주말에 [킬리만자로의 눈(외)] 단편을 읽기 시작했는데, 첫 단편이 표제작 [킬리만자로의 눈]이다.

저 유명한 조용필의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으로 시작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양인자 작사)은 이 단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가?

[킬리만자로의 눈]은 연보에 의하면 1936년에 발표됐는데, 1933년 동아프리카로 수렵여행을 떠났고 1936년 스페인 내전이 일어나자 정부군 원조자금 조달에 노력했던 헤밍웨이가 이처럼 삶에 '지쳐' 격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짐작을 하면 먹먹해지게 하는 단편이었다.

1899년 생인 헤밍웨이 나이 37세 때다. 그로부터 25년 뒤에 엽총으로 자살했다. 

마지막에 실린 작품이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도 행복한 생애]인데, 허무한 희열로 고양되어 가는 위태로운 스릴이 압권인 작품이었다.

그리고 [살인청부업자]. 이 단편 또한 기막힌 작품이다. 왜 이 단편이 영화의 원작으로 활용되었는지 수긍할만큼 영화적이면서 묵직하고 ... 굉장하다! 굉장하다, 고 말하는 것 외에 아직 달리 표현할 말을 못찾았다.

이제야 발견하다니.

 

그래서 이종인 번역의 열린책들 판 [노인과 바다]를 구입해야 한다.

 

 

 

 

 

 

 

 

 

 

 

 

 

 

 

여기에 실린 단편은 표제작 외에 7편이 실렸다.

 

킬리민자로의 눈

프랜시스 매코머의 짧고 행복한 생애

하얀 코끼리 같은 산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살인자들(살인청부업자와 같은 작품인 듯)

세상의 빛

인디언 부락

 

[킬리만자로의 눈(외)](오미애 역, 범우사)에 실린 단편은,

 

킬리만자로의 눈

하루 동안의 기다림

노름꾼과 수녀와 라디오

아버지와 아들

이국에서

살인청부업자

5만달러

프란시스 매코머의 짧고도 행복한 생애

 

명불허전'. 클래식이란 것, 허명이 오래도록 전해질 수는 없는 법이다. 헤밍웨이, 나는 이제야 비로소 그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1899년 출생 1961년 자살. 예순 둘. 짧지는 않았는데 행복한 생애였을지.

 

 

 

 

 

 

 

 

 

 

 

 

 

 

 

연보에 의하면 [여명의 진실]은 헤밍웨이 사후 1999년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둘째 아들 패트릭의 편집으로 출간된 책이라고 한다.

만년의 자서전적인 소설이라는데,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자연과 인간, 특히 부부의 미묘한 긴장을 담고 있다고 하니 더욱 흥미가 당긴다. 실제 삶이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단편에도 종종 나오는데 헤밍웨이에게는 부부, 연인 간의 위악적인 비아냥과 조롱이 담긴 대사들을 보는 맛이 좀 있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데 왜 그때마다 싸움으로 이어지는지 [킬리만자로의 눈]의 해리가 보여준다.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닐지라도 들여다볼만 하겠다. 

 

헤밍웨이와 아프리카. 사냥. 죽음.허무. 뭐, 찾아보면 이런 주제삼아 숱한 논문이나 글들이 있을 법하다.

사냥과 총. 로쟈님이 예진작에 편집증이냐 분열증이냐로 헤밍웨이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한 적이 있었군. 페이퍼 더 읽어보고 싶지만,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다.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피곤해. 내일 생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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