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실핏줄이 터진지 3일짼데 핏기가 많이 가셨지만 여전히 붉다.
쉬어줘야하는데 새벽이 다 되도록 잠들지 못하고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그러고 난 다음날 아침에 눈뜨기란 얼마나 무거운지.
다 때려치고 싶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주문해놓고 한숨 쉬다.
600페이지가 넘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그 설렘을 또 피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 죽기 전에 사놓고 읽지 못한 책들을 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고작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읽고 싶어 사둔 거다. 내 옆에 둔 거다. 그러니 그것들을 다 읽어줘야 할 거 아닌가.
나 없는 세상에 읽지 못한(내 옆에 둔 것조차) 책들을 남겨놓고 간다는 게 무책임한 듯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설들만은 반드시 다 읽고 가고 싶다.
그럴려면 눈이 시뻘개질만큼 책속에 처박고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오늘 또 624페이지가 온다.
나는 상대방의 말에 대한 첫 대응으로 '정말요?', '아, 진짜요?', '저요?' 이딴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싫다.
이건 온전히 이해하거나 생각하고서 반응하기 전에 일단 방어적으로 치고 나오는 말 같다.
시간벌기. 무기력하고 약아 보인다. 익숙한 대응이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 정도만의 대응만으로 얘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뜻 같다.
최소한의 예의만으로 응답하는 외에 더 이상의 관계 맺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건지.
나는 정말 까다로운 사람인가, 제길.
624페이지가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