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도 결국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한 채 끝을 냈다. 오랫만에 좀 챙긴 긴 휴가였는데... . 엉덩이가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큰 맘 먹고 나선 길에서 예기치 않게 돌아와야 할 일이 생긴 것도 멀리가지 말라는 경고 같은 건가? 비가 오락가락한다는 걸 핑계로 집에 틀어박혔다. 젊은 직원들의 휴가 계획은 눈부시더라. 난 그들의 발랄함과 경쾌함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이라 언제부턴가 왠지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진 면이 있다. 과감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욕심을 일에서도 맘껏 좀 부려주길.  

드디어 [모비딕]을 읽기 시작했다.  

 

 

 

 

 

 

 

   

압도되고 있다. 집안에 틀어박혀 꿈꾸는 망망대해라서 더 그런건가. 비극을 향해 가는 이야기인 것 같다. 압도적인 우울함과 비극적 위엄이, 아마도 깊이 새겨질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바람이 불어가는 쪽이 안전하다 할지라도 수치스럽게 그쪽으로 내던져지기 보다는 사납게 으르렁대는 그 무한한 바다에서 죽는 것이 더낫다." 이 도저한 낭만성이 나를 사로잡는다. 죽음을 대해가 포용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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