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인터넷 뉴스들 훑어봤는데, 한겨레신문에 나온 이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늘 그렇듯이, 노출이나 태도 '수위'의 문제가 아닙니다요.

새 여성운동? ‘슬럿워크’ 논란 속 확산  (한겨레, 2011. 6. 7 이형섭기자)

4월 캐나다에서 시작…미국·유럽·호주로 번져
“슬럿 차림이 성폭행 불러” 경찰 발언이 촉발
“내 몸이고, 내 맘이야” 자기결정권 운동으로
일부 여성학자들 “성차별구도에 말려” 비판
* 슬럿워크: 헤픈 여자 옷차림으로 걷기 

 

“우리는 슬럿(헤픈 여자)처럼 입을 권리가 있다.”

캐나다에서 시작한 ‘슬럿워크’(SlutWalk)가 점차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과연 새로운 여성운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영국 카디프, 뉴캐슬, 에든버러 등에서 슬럿워크가 열린 데 이어 이번 주말 런던에서는 최소 수천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행진이 계획돼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4월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한 슬럿워크는 벌써 미국,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30여곳에서 진행됐고, 앞으로 열릴 예정인 곳까지 더하면 100여곳에 이른다고 슬럿워크 누리집(slutwalktoronto.com)은 밝히고 있다.

지난 1월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학에서 열린 ‘안전포럼’에서 경찰관 마이클 생귀네티가 “(성폭행)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여자들은 슬럿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한 말이 이 새로운 여성운동을 촉발시켰다. 이 말은 성폭행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 다음달 로버트 듀어라는 판사가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옷차림이 피고에게 잘못된 인상을 줬고, 피고의 잘못은 단지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피고에게 벌금형만을 선고한 것이 캐나다 여성들을 폭발시켰다. 토론토 여성 3000여명은 4월3일, 말 그대로 슬럿처럼 입고 토론토 중심가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여성의 ‘슬럿처럼 입을 권리’를 포함한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운동으로 발전했고, 전세계 여성들에게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이건 내 몸이고, 내 맘이야”라는 구호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은 아예 슬럿이라는 말의 뜻을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 정신분석학자인 수지 오바크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서 “슬럿이라는 말은 단지 여성들이 성적 욕구를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을 갖게 하는 말”이라며 “이 말에서 비꼬고 야유하는 의미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슬럿워크는 여성계 내부에서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미국에서 활동중인 게일 다인스나 오스트레일리아의 멀린다 라이스트 등 유명 여성학자들은 슬럿이라는 용어 자체가 여성을 ‘마돈나와 창녀’로 나눈, 오랜 역사를 가진 성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다인스는 <가디언> 투고를 통해 “여성들은 슬럿이라고 불려질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폭력을 비난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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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1-06-08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있던 동네에서도 이거 하던데ㅡ 전 한국에 돌아온다고 참여 못했지만요 ㅋㅋ 친구들이 얘기하길래 뭔가 했는데 이런거였군요! 재밋네요:)

포스트잇 2011-06-09 08:31   좋아요 0 | URL
한겨레가 늦게 옮긴건가 보네요. 저 경찰과 판사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좀 치가 떨리는 면이 있습니다. 대체 왜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