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뼛속 깊이 사무쳐 시린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그가 느끼고 있을 참담한 모욕감을 가끔 생각하곤 했다. ...... 

그래도 놀랐다. 정치인이, 대통령을 지냈던 이가 그렇게 자신을, 상황을 정리할 수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정치인이 어떤 인간인가, 나는 정치인처럼 뻔뻔한 강심장을 지닌 인간류를 잘 알지 못한다.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것도 버티며 견디는 게 정치인들의 장기 아니던가? 그는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권력을 얻고 뺏김으로써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원시시대는 지나간 줄 알았는데 어찌된 게 보복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일들이 횡행한다. 정치 시민단체 뿐 아니라 문화쪽 단체들에도 이른바 지원비에 대한 '감사권'을 휘두르며 압박하고 있다. 훑고 있다.  권력이 바뀌면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쪽과 피해를 보는 쪽이 당연히 생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지 않길 바라지만 그건 이룰 수 없는 이상과 같다. 단, 상식선에서 허용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최근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인사로부터 박연차 게이트에 대해 언짢아하는 말을 들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 그가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어려움을 겪으며 지냈다. 그럼에도, 지금 검찰이 하는 일은 너무하다는 것이다. 수십년 지기가 돈 좀 줬다는 데 그걸 트집잡는 건 그 때 돈 받지 못한 검찰'놈들'의 '깽판'이라는 거였다. 술자리였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 인사의 말을 긍정할 수는 없었다. 요즘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저 조용히 지낸다. 때려치거나 버리지 못한다. 그러고 혼자 있게 되면 힘들다. .......  

2002년 그 겨울, 노무현은 분명 기쁨을 줬다. 나는 노사모도 아니고 진보신당도, 민주노동당 사람도 아니다. 그 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 뿐이다. 그리고 5년 동안 노 전대통령이 준 실망과 드러낸 한계는 이미 많이 지적되고 있지 않는가. 그래도 그에게만 몽땅 뒤집어씌울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치욕을 어디까지 견디고 견딜 수 없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유해야 하는지 강해야 하는지 그 선을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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