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놀란 정도. 소설가 김훈이 인터넷에 연재를 하다. 글은 예의 '몸을 밀어' 연필로 원고지에 써서 보내면 출판사의 '오퍼레이터(?)'가 키보드를 두들겨 옮기는 방식으로 하는 모양이다.  

첫날 올려진 글 보다 밑에 달린 댓글들을 더 열심히 봤다. 보니 출판사 담당자가 쓴 모양인데 김훈이 생애 처음으로 작업실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인터넷도 설치, 개통해놓았다고 한다.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무서운 월드(생짜 악플이 얼마나 달릴까마는)에 발을 들여놓은 김훈이여. 첫날 댓글들은 조심스럽게 출판사 컴퓨터 망에 접촉한 그의 떨림을 감안해선지 얌전하고 용기를 주는 말들들이 주를 이룬 듯 하다.  

얼마 전에 '손가락과 맥킨토시와 키보드를 믿는다'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식을 접하곤 김훈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고 급작스레 김훈의 글을 온라인 상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정도 쯤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 뭐 철학도 아니고 강경하게 지켜야 할 소신도 아닌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을 무에 크게 생각할 것이 있겠는가. 그래도 '들리지 않는 옛 노래의 선율이 나의 연필을 이끌어주기 바란다'고 쓸 수밖에 없는 마음을 헤아려야 할 것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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