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을 읽고 있.. 아니, 이른바 '머리말'만 읽었고 바야흐로 존 셰이드의 시를 읽다가 결국 뒤에 붙은 해설을 보고 말았다.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건 알겠는데, '주석서'에 대한 주석서를 읽고 싶어졌다.
게으른 독자란 그런 것이다. 애써 읽을 생각은 안하고 누가 다 풀어놓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것.
그중에서도 르네 알라다예Rene Alladaye의 ["창백한 불꽃"의 더 어두운 그림자들 The Darker Shades of Pale Fire] (2013)이 읽고 싶다.
'탐정비평' 분야를 개척한 피에르 바야르의 방법론과 서사학에 기본을 두고 "앞선 비평들의 성과를 종합하고 그 한계와 오류를 정리해 보다 텍스트 중심적인 해법을 제시한다"는데, 마치 "탐정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듯이" "텍스트상의 증거들을 중심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단다. 이러니 읽고 싶겠어, 안읽고 싶겠어.
원서로는 198페이지인가 하는 것 같던데 페이퍼백인데도 책값 x 비싸.
번역서 나오면 좋겠다.
이번에 나온 책 번역자가 번역하는데 15년이 훌쩍 넘었다는데 도대체 몇번을 읽어야 이 정도 해설 쓸 수 있나.
번역서가 나왔으니 이젠 기존에 나온 비평서든 주석서든 뭐든 번역서 나오면 좋겠다.
"탐정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듯이" 이런 말이 의욕을 활활 불태우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