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한때 이 작가를 되게 애정했던 터라 뜨거웠기에 식기도 금방 식었던 것인지 꽤나 한동안 잊고 살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1백만부 판매를 넘겨 새로운 커버를 입고 재출간되었다하건만 난 아직도 초반 몇페이지 읽다 그만 둔 그대로 시간을 보냈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시간이 지나도 그 책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게 하는 건지 궁금하지도 않나.

히가시노 게이고 뿐만 아니라 일본 미스터리나 장르소설을 진짜 열심히 읽었던 때가 있었는데 진짜 미스터리하게도 손을 딱 끊었다. 신기하게도 요즘은 장르소설을 읽는 게 여간 낯설어진게 아니다. 무엇이든 한때 익숙했더라도 손에서 놓은지 오래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 아니면 내 독서력의 열차가 기존의 궤도에서 찰칵 방향을 바꿔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기에 다시 그 궤도를 탈수는 없는 것인지 직접 읽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최근의 소설 몇권을 빌려왔건만 초반 몇 페이지 읽다가 고스란히 반납하곤 하는 일이 반복되어서 지금은 책을 읽을 시기가 아닌 건가 싶기도 했다.

여튼, 예전에 이미 발표된 소설들이 계속 리커버로 다시 나오곤 하더니 이번엔 가장 최근작인가 싶은데 이 소설도 벌써 15년전 소설이다(*2003년). 이 작가의 가장 최신작이 뭐지?

[살인의 문]. 총 페이지가 7백페이지가 넘는다. 하긴 요샌 이쪽 장르소설은 썼다하면 4, 5백 페이지가 기본인 듯하더라. 글자수대로 돈을 받는 시대도 아니건만 갈수록 페이지가 늘어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점점 복잡해지는 플롯 때문에 그런 듯하다.

 

두 남자의 얘기인가 싶은데. 누군가 때문에 철저히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남자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상대를 죽이고 싶어하는데 죽일 수가 없다... 자기한테 살인자가 되기에 부족한 게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헤어질 수 없는 두 남자의 얘기를 따라가는 얘기인듯.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리플리]와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인듯도 하고, 버디장르의 관습을 어느정도는 따르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질투. 자신은 가질 수 없는 것을 너무도 쉽게 가져가는 것 같은 상대를 향한 고약한 심리. 절연되지 않는 끌림. 지옥같은 마음.

'내츄럴본'이 아니라 무언가 고리를 찾으려 애쓰는 작가들의 노력.

죽이고 싶은 강렬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는 것도 미스터리고, 더더군다나 강렬한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행동력에 대해서 도대체 살인자가 되기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탐색한다는 이 어처구니 없는 심리를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떻게 그럴듯하게 그려줄지 그걸 보고 싶기도 하다. 누군가를 죽이지 못하는 이유를 찾는 소설이라니. 이게 소설이 되는 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마치다 고의 [살인의 고백].

 

 

 

 

 

 

 

 

 

 

 

 

 

 

"우리의 욕망은 어려움에 부닥치면 커진다" - 몽테뉴, 수상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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