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은 너무 얇은 자그마한 책이다. 장황하지 않다. 그러나 거기에 들어있는 욕망은 어마무시하게 크다.
아이와 사전들을 챙겨 국경을 넘어 목숨 건 탈출을 하는 여자.
자전적 에세이가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모든 걸 말해주는 것 처럼 쓸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조국의 언어를 쓸 수 없고 대신 삶의 터전이 된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짧은 '문맹'의 시기를 벗어나 그 외국어를 사용하여 창작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작가의 길은 운명에 아마 나 있었을 것 같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 지독한 갈구는 난민캠프에 떨어졌을지라도 어김없이 그 길을 찾아가는 것 같다.
장황하거나 주저리주저리를 싫어하는 나 같은 이에게 맞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