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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옥 - My Songs - DVD 포함 한정판
신영옥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신영옥의 크로스오버 앨범 ‘마이 송’은 우선 다채로운 레퍼토리가 돋보인다. 양희은의 ‘한계령’, 김민기의 ‘가을 편지’, 윤연선의 ‘얼굴’과 같은 한국 대중가요에서부터 아일랜드 민속음악 ‘여름날의 마지막 장미’, 흑인 영가 ‘깊은 강’, 영국 민요 ‘대니 보이’ 등이 쉼없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산길’, 가을밤‘ 등의 한국 가곡과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모차르트의 ’반짝 반짝 작은 별‘, 브람스의 ’자장가‘ 등의 클래식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마치 종합선물 세트를 열어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국적의 다채로운 장르가 담겨 있다.
너무 많은 국적과 장르가 나오다 보니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한계령’이 나왔다가 포크 음악이 나오고, 다시 한국 가곡, 그리고 미국 민요, 동요가 흐르는 식이라서 한 음악이 주는 정감을 다른 음악이 해치는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한 곡 한 곡을 독립해서 들으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우리 대중음악의 명곡 ‘한계령’과 ‘겨울 편지’가 인상적이다. 국내 포크 음악계를 대표하는 양희은과 김민기의 곡을 신영옥은 자신의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재해석하고 있다. ‘한계령’에서는 양희은의 고혹적인 고음을 한껏 표현하면서도 좀더 두터운 질감을 섞어 놓아 색다른 맛을 풍기는 곡으로 변형시켰고, ‘가을 편지’에서는 김민기의 저음을 소프라노 특유의 청아함으로 대신하면서 맛깔스런 곡으로 재해석해놓았다.
그리고 다양한 나라의 민요를 멋들어진 편곡과 함께 되새김한 것도 이색적으로 들린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 ‘The Water Is Wide’ 같은 경우는 원곡의 포크 음에 재즈적인 느낌을 첨가해 전혀 색다른 음악으로 보이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유명한 동요 ‘매기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원곡에서 풍기는 동심의 분위기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성인들의 사랑노래처럼 재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나 브람스의 ‘자장가’에서도 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 특유의 정통 어법으로 부르고 있지만 조그마한 변화를 가하면서 색다르게 들리도록 꾸미고 있다. 이 두 곡에서 그녀는 원어와 한글 가사를 동시에 사용하며 클래식을 좀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Mother Of Mine’, ‘Annie Laurew’, '대니 보이‘, ’깊은 강‘ 등에서도 원곡 나름의 흥취를 살리면서 신영옥의 개성적인 해석을 더해놓았다. 반주를 맡은 FCM(Friends Of Chamber Music)도 비교적 뛰어난 편이어서 모든 곡이 나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사실 신영옥은 크로스오버 음반을 비교적 많이 선보인 편이다. ‘찬송’, ‘화이트 크리스마스’, ‘마이 로망스’ 등의 음반이 모두 크로스오버 성향의 음반이다. 하지만 이 음반들은 그녀의 명성에 비해 그다지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이는 조수미의 ‘온리 러브’가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그렇지만 이번 음반의 완성도는 이전의 음반과 차원이 다르다. 선곡의 다양함과 뛰어난 재해석이 어우러져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그녀의 노래는 매력적이고 여운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