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탱고 2집 - Pasion [재발매]
오리엔탱고 (Orientango) 노래 / 헉스뮤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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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 탱고의 음악을 들으면 참 친숙하다. 이들의 음악은 그룹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탱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딱히 탱고라고 말할 수 없다. 탱고 음악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반도네온을 갖추지 않았을뿐더러 탱고 특유의 4분의 2박자도 준수하지 않는다. 편성도 그렇다. 탱고 밴드의 전형으로 알려진 6중주 편성에 비해 이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만으로 모든 작품을 연주한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이들은 장르를 분명 ‘탱고’에 두고 있지만, 정체성은 이들의 그룹명 중 하나인 ‘오리엔’ 즉 ‘동양’이라는 단어에 내재되어 있다. 곧 이 그룹의 가장 큰 정체성은 구성원이 한국 사람이라는 데 있다. 아르헨티나 이민 2세대인 성경선(바이올린)과 정진희(피아노)로 구성되어 있는 이 그룹은 지극히 한국적인 선율로 탱고를 연주한다. 이를테면 대중들에게 꽤 많이 알려져 있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천사의 밀롱가’나 ‘천사의 죽음’을 들어보면 이들이 어떻게 탱고를 대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탱고에는 탱고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이 들어가는데, 오리엔 탱고는 이 선율을 특유의 한국적인 미각으로 대체한다. ‘궁짝’거리는 탱고의 박력이 거세되고, 그곳에는 아련한 선율미가 더욱 감미롭게 장식되어 있다. 피아노가 강하게 밀고 나가면 바이올린이 부드럽게 감싸안고, 다시 바이올린이 격렬하게 울부짖으면 피아노가 조그마한 소리로 달래준다. 몇 가지의 악기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만을 가지고 변화무쌍한 리듬을 거뜬하게 소화하고 있다. 오리엔 탱고는 이와 같은 식으로 ‘슬픈 밀롱가’, ‘바히아 블랑카’, ‘외로운 나날들’과 같은 유명 탱고 작품을 연주하고 있다.

정통 탱고와 더불어 음반의 뒷부분에는 자작곡과 편곡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선율이 좀더 한국적이다. 특히 ‘두꺼비’, ‘꽃밭에서’, ‘밀양 아리랑’과 같은 작품을 연주할 때는 이 곡이 탱고라기보다는 전통 민요(동요)를 현대적으로 편곡한 것으로 들린다. 또 정진희가 직접 만든 ‘바이올린을 위한 탱고’와 ‘탱고의 열정’도 탱고의 리듬과 한국의 선율이 혼합되어 있다. 탱고의 열정적인 리듬보다도 탱고의 구슬픈 서정을 극도로 강조하고, 이 구슬픈 선율을 한국적인 미로 승화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현재 아르헨티나에서는 정통 탱고가 상당히 외면 받고 있다고 한다. 대신 현대의 테크놀로지의 옷을 입은 다채로운 탱고가 시도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리엔 탱고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을까? 지난 2002년 처음 데뷔 음반을 발매했을 때, 이들의 신선한 시도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이 아르헨티나에서 벌이는 활동이 KBS의 다큐멘터리로 방영됐고,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갖기도 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만으로 탱고의 다양한 리듬을 연주할 수 있겠느냐는 갖은 의구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꿋꿋하게 한길을 가고 있다. 예술은 늘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들의 음악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전통적인 탱고와 한국적인 리듬의 조합. 이 두 가지가 탱고의 외면을 얼마나 더 확장시킬지, 그리고 그것이 탱고를 어떻게 더 새롭게 변모시킬지 앞으로 좀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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