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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12 악방 (女子十二樂坊-12 Girls Band) - Shinning Energy
여자 12악방 (12 Girls Band) 연주 / 이엠아이(EMI)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최근 들어 중국의 열두 명의 여자 연주가들로 구성된 여자 12악방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메이저 음반사에서 연달아 세 장의 음반이 선보이면서 서서히 국내팬들에게 이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각 음반에는 DVD 타이틀이 따로 딸려 있으니 그야말로 풍성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극심한 불황임에도 왜 이렇게 이들의 음반이 한꺼번에 출시되는 것일까.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스타성이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의 전통이 깊은 중국이지만 지금까지 전통음악의 현대화는 좀체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십 년 전에 이미 김덕수를 비롯해 많은 국악인들이 국악의 현대화를 부르짖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쳐져 있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의 음반 제작업체 싱데사가 1999년 공개 오디션을 통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본격 크로스오버 밴드 여자 12악방이다. 이 이면에는 중국의 개혁, 개방이라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뒷받침하고 있었다.
싱데사는 대단한 미모를 자랑하는 우수한 여성 연주가들을 뽑은 뒤 2001년 성대한 데뷔 무대를 마련했다.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이 그룹의 등장은 당연히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팝 공연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무대와 사운드로 청중들을 사로잡았고, 이어서 중국어권 나라를 거쳐 동남아시아로 진출했으며 2003년에는 마침내 일본에까지 세력을 펼치게 되었다.
일본의 청중들은 단 두 달만에 이들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이들은 두 달여 동안 일본 각지를 돌며 라이브 공연을 펼쳤고, 그때마다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이 여세를 몰아 이들은 음반을 발매하게 되었는데, 이 앨범이 오리콘 차트를 휩쓸며 자그마치 2백만 장이 넘게 팔린 것이다.(‘Beautiful Energy’, Universal).
이 음반에 수록된 DVD를 보면 현대 의상을 입은 열두 명의 미인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음악은 본질적으로 중국의 전통음악이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통음악에 팝과 재즈, 록, 힙합 리듬이 뒤섞여 있다. 비파, 이호, 양금, 피리 등 중국 전통악기가 전면에 배치되어 있고 전자음향이 뒤를 굳건하게 뒷받침하는 식이다. 특히 양금의 영롱한 음이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양금은 매 곡마다 강렬한 색채를 발하면서 곡에 나름의 개성을 부여한다. 또 전자음과 기타음이 전통악기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쉼없이 변화하는 입체적인 사운드, 듣는 이의 흥을 유발하는 자유로운 리듬 감각이 중국의 전통음악이라는 큰 화두 속에 아우러지며 미묘하게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