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인물들을, 풍경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지만 읽는 나는 지치고 힘들고 눈물겨웠다. 참 산다는 것이 그런 건가 보다. 그렇게 늙고 그렇게 살다가 가는 건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책장을 덮었다. 회사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그야말로 멍하니 앉아 돌이켜보고 곱씹어봤다. 가슴속에 뭔가가 응어리지지만 그것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배고픔일 수도 있고 목마름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소용돌이 치며 나를 짓눌렀다.

첫 편의 소설을 읽고는 너무 가엾어서 더는 읽지 않으려고 했다. 웬 청승이란 말인가. 너무 냉철하지 않은가. 묘사하고 관찰하고 그리고 끝이 난다. 그러다가 몇 주 뒤 내쳐 나머지 소설들을 읽어 내려갔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부질없음. 그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고 살아가고 견뎌내고 있었다. 읽는 나도 살아가고 견뎌내고. 또 사랑하고 풍요로워지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닦고, 조이고, 기름 치자.' 그의 서재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삶을 더욱 채찍해가고 있다. 그의 글 속에는 인생과 세계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의 글이 계속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