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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sa Sannia - Mela Granada
마리사 산니아 연주 / 이엠아이(EMI)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노래 칸초네를 담은 음반. 국내에는 거의 인지도가 없는 가수 마리사 사니아가 부른 것이지만, 음반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사니아는 1947년 지중해에서 시칠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 사르테냐에서 태어나 1966년 이탈리아 RAI 방송사에서 주최한 음악제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 뒤 본격적인 가수로 활동했고, 돈 베키가 만든 화제의 곡 ‘Casa Bianca’(KBS '여름향기‘ 피아노 테마의 원곡)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 노래는 국내에도 소개돼 1970년대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다. 1970년과 71년에는 칸초네 가수의 등용문 산 레모 가요제에 결선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76년 ‘Lapasta Scota’ 앨범을 끝으로 활동이 뜸했다가 1993년 이후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 음반은 그녀가 1997년에 선보인 것이다. 간간이 편집 음반에 수록돼 알려졌던 ‘하얀 집’의 목소리보다 약간 굵게 변모했지만, 그 목소리가 더욱 칸초네다운 맛을 더해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음반에 담긴 가사가 이탈리아어가 아닌 사르데냐 어라는 점이다. 곧 이 음반에 담겨 있는 음악은 정통 칸초네라기보다는 사르데냐(이탈리아 지중해 서부에 있는 섬들 가운데 시칠리아 다음으로 큰 섬. 한때 사르데냐 왕국도 있었다.)의 민속음악과 칸초네, 팝 선율이 뒤섞인 음악인 것이다. 그렇지만 칸초네의 특성이 가장 강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좀더 듣기 좋게 꾸미기 위해 팝 음률을 첨가하긴 했지만, 모든 노래에는 칸초네의 밝고 정열적인 모습이 전면에 부각되어 있다.
이 음반에서도 드러나지만 사실 칸초네라는 장르에는 이것이다라고 정의내릴 만큼 확고한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를 통틀어 부르면서도 어떤 느낌이 살아 있는 음악을 칸초네라고 부르는데, 이것도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가고 있다. 13세기 나폴리에서 유행하던 나폴레타나라는 대중가요가 칸초네의 시초라고 부르지만, 이 노래를 실제 들어보면 지금의 칸초네와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국내에도 내한한 바 있는 토니 달라라의 노래와 지금 소개하는 사니아의 노래도 다르고, 마찬가지로 피노 단지오와 산드로 조코베의 음악도 서로 다르다. 하지만 이들 노래에는 ‘이것이 칸초네구나’라고 느껴질 감성과 선율이 있다. 사니아의 노래에도 정통 칸초네는 아니지만, 이탈리아의 칸초네라고 부를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베어 있는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앞서 말했듯이 청초한 느낌보다는 중년의 걸걸한 목소리에 더 가깝다. 칸초네의 국제적인 스타 밀바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밀바가 가지고 있는 깊이 있는 표현력이 사니아의 목소리에도 감지된다. 세자리아 에보라, 메르세데스 소사 등 세계를 대표하는 월드뮤직의 여성 가수들에게서 느껴지는 진한 감동과 표현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사니아의 목소리에는 그에 버금가는 호소력이 담겨 있다. 특히 ‘Una Istella’, 'Melagranda Ruju'와 같은 곡에서 그녀는 진한 삶의 느낌을 표현하며 듣는 이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이 곡뿐만 아니라 다른 곡에서도 발랄하고 산뜻한 감정으로 칸초네를 친숙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