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스플로러 시리즈-아프리카 음악
지금의 월드 뮤직을 있게 한 역사적인 기획 시리즈
지금처럼 월드 뮤직이 어엿하게 음악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된 것은 그야말로 논서치(Nonesuch) 레이블의 공이 크다. 이 레이블에서 1967년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익스플로러 시리즈'가 바로 월드 뮤직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1967년 첫 발매를 시작으로 '익스플로러 시리즈'는 갖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제3세계 음악을 세계에 알려왔다. 1980년대까지 이어진 이 시리즈는 서양의 클래식이나 팝 음악이 세상의 '모든' 음악이 아니라 이 음악들도 세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그런 까닭에 이 시리즈의 발매는 서구인에게 일종의 문화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이 속한 세계 이외에는 문화라는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존재하더라도 아주 미개하게 남아 있을 거라는 믿음이 음반을 접하고 산산이 깨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나 남태평양, 아시아 등지에서 들려오는 새로운 음악이 포화상태인 서양음악에 조그마한 대안으로 인정된 것도 이 시리즈가 쌓은 공헌이다. 서구세계에 숨통 역할을 톡톡히 한 이 시리즈는 서양인의 눈으로 판단하지 않고 각 민족의 시각으로 그들의 문화를 바라본 일종의 인류학 보고서이다. 민속음악 학자와 음반 프로듀서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채록한 음원이 바탕이 됐고, 당연히 거기에는 생생한 현장음이 포착되어 있었다. 간략하지만, 꼼꼼하게 적은 내지도 이 시리즈가 단지 유럽문화가 가장 위대한 문화라고 주장하는 앵무새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오리지널 예술 작품을 커버 디자인으로 채택해 수많은 젊은 팬을 열광하게 만든 것도 이 시리즈의 진면목 중 하나이다(실제로 당시 논서치에서 나온 음반 커버를 수집해 집 곳곳을 장식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음반이 재발매 되었다.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84년까지 92타이틀을 끝으로 막을 내린 그야말로 역사적인 음반들이 조금씩 재발매 되었고, 국내에 한정 수량이 수입되었지만, 아쉽게도 곧 절판되고 말았다.
아프리카의 야성적인 단면을 원형 그대로
근 20년 만에 다시 선보인 아프리카 음악 열세 타이틀은 1969년에서 1983년 사이의 음원을 모아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가나, 누비아, 짐바브웨, 브룬디, 브루키나 파소, 니제르, 말리, 우간다, 자이레, 케냐,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전지역의 음악이 각각의 음반에 두루 담겨 있다. 또 소개된 장르도 지역만큼 다양하다. 아프리카 특유의 주술 음악과 전례 음악은 물론 므비라(손 피아노), 마림바, 캐러비시 실로폰 등으로 연주된 각종 타악 음악, 그리고 아프리카의 생생한 동물과 자연음이 폭넓게 펼쳐져 있다. 주목할 만한 타이틀을 몇 개 살펴보면 우선 두미사니 아브라함 마라이레를 일약 세계적인 연주가로 알린 '짐바브웨-아프리카의 므비라'를 꼽을 수 있다. 므비라 연주자이면서 보컬리스트인 마라이레의 야릇한 울림을 주는 즉흥연주와 강렬한 보컬이 어우러져 있는 음반에서 므비라의 소리에 매력을 느꼈다면, '짐바브웨-므비라의 영혼'에서 좀더 깊이 있는 므비라의 울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또 1969년 아프리카 음악으로는 가장 먼저 출시된 '가나-하이 라이프와 대중음악'도 주목할 만하다. 가나라는 국가 이름이 붙었지만, 음악은 민족과 국가보다는 경향성에 더 치중해 있다. 바로 1960년대 후반의 아프리카 대중음악이 그 주인공인데, 나이트클럽이나 콘서트 현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음악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런 만큼 다른 타이틀에 담겨 있는 토속 음보다는 좀더 서양화된 음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악기 또한 색소폰, 더블베이스, 트럼펫, 기타 등 서양악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안에 담겨 있는 칼립소나 블루스 등이 완전히 서양화된 음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서양악기를 쓰고 있지만, 리듬만큼은 아프리카적이며 아프리카 민속음악을 다소 현대적으로 편곡해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아프리카의 동물들-정글의 소리, 초원과 수풀'에는 아프리카의 야성적인 단면을 원형 그대로 담은 음반이다. 첫 트랙부터 표범의 거친 울음이 들리고, 이어서 아프리카 원숭이, 바위 너구리, 사자, 코끼리의 생생한 소리가 각 트랙에서 울려 나온다. 딱히 음악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야생 동물 또한 아프리카 대륙의 주인공이며 이 동물들이 인간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담고 있는 음반이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정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부르키나 파소의 '초원의 리듬' '사바나 리듬'과 '동아프리카-전례음악과 민속음악' '서아프리카-드럼, 성가 그리고 연주음악' 등도 아프리카의 생생한 소리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월드 뮤직 입문자나 애호가에게 안성맞춤의 음반이다. 끝으로 전설적인 '익스플로러 시리즈'를 기획한 테레사 스턴이라는 인물을 간단히 소개한다. 지난 2000년 세상을 등진 그녀는 1965년부터 1979년까지 논서치에 재직하며 현대음악, 고음악, 월드 뮤직 등 주류에서 벗어난 음악을 발굴해 세계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린 공헌을 했다. 1927년 브루클린 태생이며, 열두 살 때 NBC 심포니와 협연을 할 정도로 유능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 피아니스트의 꿈은 버렸지만, 음반 기획자로서 그녀의 이름은 길이 남을 만하다. 논서치에서 2002년 그녀가 연주한 음원과 기획한 음원을 모아 추모 음반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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