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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 - 아도르노와 쇤베르크 ㅣ 현대의 지성 114
노명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음악가 아도르노? 아도르노가 한때 작곡을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지만, 음악가라는 말로 아도르노를 설명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이 책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아도르노와 쇤베르크’에서는 음악가 아도르노의 진면목을 전면에 부각시킨다. 저자는 아도르노가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에서 받은 강렬한 인상 때문에 이른바 ‘쇤베르크의 빈 악파’의 일원이 되고자 빈으로 이주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곧 베르크 밑에서 작곡을 공부하겠다는 결심은 포기했지만, 그 뒤 철학을 통해 작곡과 음악을 계속해 나갔다고 말한다.
곧 이 책은 아도르노의 음악관이 그의 복잡한 철학세계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를 규명한 책이다. 부족하긴 하지만 그동안 사회학과 음악학 양면에서 주도적으로 아도르노의 사상을 연구한 책은 많이 소개되어왔다. 그러나 그 책들은 음악과 철학, 사회라는 자신의 전문 분야만을 다룬 것이어서 아도르노의 전체적인 사상을 이해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출현은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이 사회학 분야에서 등한시했던 아도르노의 음악학을 사회학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며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부 사회학자가 아도르노의 음악관을 개인적인 예술 취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 면을 전면 부정하고 아도르노는 음악을 통해 철학적 사유를 전개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곧 아도르노에게 음악은 “그가 행하는 사회 비판의 토대이자, 비판을 구성하는 한 모델”이었던 것이다.
아도르노의 철학관을 크게 계몽의 변증법에 대한 부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이 말살되고 조직의 체계만 남게 되는 야만의 현대가 바로 계몽의 변증법 시대이다. 이 올바르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현대인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책은 이런 단적인 아도르노의 사상을 음악을 통해 하나하나 펼쳐나간다. 즉 아도르노가 ‘신음악의 철학’에서 절찬했던 쇤베르크의 12음 기법, 그리고 쇤베르크가 스스로 12음 기법을 저버리고 음열주의로 나아간 것을 아도르노의 사회학과 연관해 설명하고 있다. 곧 아도르노의 쇤베르크 해석에 내재해 있는 사회 이론을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도르노의 철학이 신음악, 특히 쇤베르크 음악과 논쟁하며 형성됐음을 여러 예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회적인 문제와 별 관련이 없어 보였던 아도르노의 미학과 음악학이 사회학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