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지음, 박은영 옮김 / 예담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때로 그가 써놓은 글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글에는 사람의 향취가 배어 있게 마련이고, 외면의 모습에서 드러나지 않는 여러 형태의 내면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글쓴이의 세계관, 곧 사물을 바라보는 눈, 문체 속에 드러나 있는 성격, 사랑관 등 많은 것들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편지 모음집 ‘모차르트, 천 번의 입맞춤’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사람 됨됨이를 이해하는 데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모차르트는 연주 여행을 다녔던 어린 시절부터 죽기 직전까지 가족에게는 물론 연인이나 후원자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냈다. 그 편지마다에는 모차르트가 처해 있는 상황과 심정들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매번 그는 유머와 발랄함으로 고통과 근심을 에둘러 표현한다. 직설적이고 활달한 문체 속에 내포되어 있는 진실됨은 모차르트의 음악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당신은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내가 하는 말은, 당신한테 가장 좋은 게 뭘까 고심해서 내린 결론들이니까 말이오. 안녕, 여보. 내 하나뿐인 사랑! 손을 들어 공중을 휘저어봐요. 내가 당신한테로 날려보낸 2,999하고도 2분의 1개의 입맞춤이 날아다니면서 잡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요. 그런 다음에는 이쪽으로 귀를 대봐요. 이제 당신은 내 거야. 자, 우리 함께 입을 벌렸다 다물고-한번 더-또 한번 더.”

이 편지 모음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계급 문제와 경제적 궁핍이다. 작곡가로서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자 했던 모차르트에게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난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 꾸준한 작품 활동을 위해 그는 늘 귀족들에게 억눌릴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인 후원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은 그가 대주교의 집을 방문한 날, 그의 아버지에게 쓴 편지에 잘 드러나 있다.

“저한테는 좀 이른 듯 했지만 정오 무렵에 점심을 들었습니다…시종들이 상좌를 차지했고, 저는 가까스로 요리사 윗자리를 배정받았습니다. 식사 중에는 상스런 농담이 오고갔지만, 저한테는 아무도 농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대주교옵께서는 자기가 자애로운 사람인 것처럼 스스로 미화하면서도 그들의 봉사에 대한 지불은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이 편지에는 귀족들에게 무시당하는 모차르트가 그 귀족들을 비판하는 글로 채워져 있다. 그러나 편지 말미에는 “하지만 저는 몇 푼이라도 줄지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적으며 이중적인 태도로 선회한다. 신분 사회에서 예술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글인 셈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가난에 굶주린 모차르트가 여기저기에 돈을 빌리려는 구애의 글이 자주 엿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장점은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수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작곡 활동을 펼친 인생 역정과 당시의 음악 경향을 송두리째 뒤바꾼 그의 활동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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