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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평점 :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키냐르의 소설은 '머리'로 읽어야 한다는 것을. 마치 이론서를 읽는 것처럼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런 줄 알면서도 키냐르의 소설을 왜 또다시 집어들었을까.
이번 소설은 조금 얇은 편이다. 또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키냐르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키냐르의 약력과 비교해 읽어보면 이것이 키냐르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조금 만만하게 느껴졌었나 보다. 하지만 키냐르의 이전 소설처럼 결코 만만한 소설은 아니었다. 언어와 삶의 기원, 그리고 사랑에 관한 철학이 담겨 있는 소설을 이론서 읽듯이 읽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소설이란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가, 하는.
이 글을 읽고 난 무엇을 느꼈을까. 계속 혀끝에서 맴돌기만 할 뿐 정확히 모르겠다. 프랑스의 누군가가 그랬다지. "키냐르의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다른 책 1000권을 읽는 것과 다름없다." 벌써 머리가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