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es2 Music World Collection Vol.02 - Gypsy
Various Artists 노래 / 알레스2뮤직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세계사에서 집시는 박해받는 소수자에 속한다. 역사에 집시의 모습이 처음 등장한 시기부터 이들은 가장 밑바닥 계층이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갖은 차별에 시달렸다. 우물에 독을 푼다더라, 가축에게 독을 먹인다더라, 아이를 유괴하고, 사람고기를 먹는다더라. 각종 흉흉한 소문의 근원지는 모두 집시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유럽인들은 이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했다. 노예로 부린 뒤 땅에서 쫓아내고, 때로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집시는 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 자신을 비롯해 그 누구도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들은 거리에서 거리로 움직였을 뿐이다. 당연히 그들을 보호해주는 국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은 끊임없이 떠돌며 특유의 문화를 퍼뜨리며 유럽을 넘어 세계문화의 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음악은 그중 가장 큰 줄기다. 무시 못할 힘을 지닌 이들의 음악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로 세계 각지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그토록 집시를 이방인 취급했으면서도 유독 그들의 음악과 자유로운 문화에 열광했다.

알레스2 뮤직에서 선보인 집시 음악 모음집(2CD)에는 집시에 대한 총체적인 문화가 모두 담겨 있다. 내지에는 집시의 역사와 문화가 세세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음반에는 세계를 대표하는 집시 음악인들이 거의 모두 망라되어 있다. 내지의 글귀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집시의 문화가 얼마나 흡인력이 강한지 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집시는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 퍼져 있지만, 이 음반에서 다루는 것은 칼데라시족(발칸반도와 중부 유럽에 퍼져 있는 집시들)과 신티족(프랑스, 알사스, 독일 주변에 거주하는 집시들)의 음악만을 다루고 있다. 비교적 이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집시들의 음악이 서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음반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현재의 집시 음악을 이끌고 있는 화려한 연주진이 거의 모두 등장한다는 점이다.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지역의 집시 음악을 연주하는 로말레스, 러시아 집시 음악을 대표하는 밴드 로이코, 동구권 집시 음악의 대모 벨라 빌라, 집시 음악의 여왕 에스마, 독특한 집시 음악을 들려주는 그룹 안도 드롬, 집시 재즈로 유러피안 재즈에 큰 영향을 미친 프랑스 집시 밴드 브라취, 마케도니아의 역동적인 향취를 표현하는 브라스 밴드 코차니 오케스트라 등은 그 스스로가 모두 집시 음악을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연주하는 작품은 어느 하나도 놓치기 아까운(일일이 설명하기에도 벅찬) 명곡들이다. 로말레스의 ‘모든 집시여, 오 우리의 어머니여’에는 집시들의 국민가요라고 할 수 있는 ‘에델레지’가 특유의 즉흥 멜로디로 어우러져 있고, 로이코의 ‘집시의 시간’에는 레온지아 에르덴코의 애절한 음성으로 집시 음악의 서정성이 극대화되어 있다. 집시 음악인 중에서 대중적 명성을 크게 얻은 베라 빌라의 ‘아멘’과 ‘울고 싶어요’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멜로디이고, 에스마의 ‘난 방황해 왔습니다’도 마찬가지로 집시 음악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명곡이다. 그밖에 다른 작품들에도 집시의 정통성과 문화, 그리고 치열한 음악성이 배어 있다.

신자유주의가 세계의 모든 지역을 잠식하며 하나의 생각만을 강요하고 있는 지금, ‘집시 음악’과 같은 월드 뮤직을 통한 교류가 어떻게 보면 새로운 대안 문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알레스2 뮤직에서 시작한 ‘월드 뮤직 컬렉션’이 반갑기 그지없다. 꾸준히 많은 대중에게 선보여서 우리의 문화를 좀더 성숙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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