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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노래 1 [재발매]
Various Artists 노래 / 폴리폰 (Polyphone) / 2009년 9월
평점 :
노래를 다 듣고 나면 조금 착잡해진다. 물론 음악 탓이다. 방구석에 처박혀 이런 음악을 듣고 있어야 하다니 원통해지기까지 한다. ‘여행자의 노래’라고 의식해서 들어서일까? 아무튼 좁은 공간을 벗어나 좀더 넓은 곳으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음악 한곡 한곡이 주는 감흥이 그만큼 남다르다. 이 노래를 전부 들은 사람들은 필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게 분명하다.
이 음반을 만든 이가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서 보니 그 주인공은 전남 강진의 바닷가에서 조그마한 교회를 이끌고 있는 목사 임의진이라고 한다. 목사와 방랑자의 노래라….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란 걸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으리라.
음반에는 임의진 자신이 부른 노래와 그의 절친한 친구인 가수 김두수가 부른 ‘대니 보이’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노르웨이, 이탈리아, 그리스, 러시아 출신의 가수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다양한 국적의 음악들이지만 하나같이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 나라의 민속음악이라기보다는 모던한 포크 계열의 음악들로 집단보다는 개인성에 더 어울리는 것들이다. 그래서 여행도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더 알맞을 듯하다. 사비나 스큐바가 부르는 ‘카루소’와 비쇼츠키와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유 시인인 불라트 오쿠자바가 부르는 ‘Das Lied vom Heuschreck’, 도노반의 ‘러브송’ 등을 들으며 길을 걷다 보면 가슴 찡한 무언가와 마주치게 될 게 분명하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서둘러 짐을 꾸리게 만드는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