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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ia - Canto
미시아 (Misia) 노래 / 워너뮤직(WEA)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미샤의 목소리는 단순한 목소리 그 이상이다. 미샤는 자신의 훌륭한 악기 목소리로 청중들에게 갖가지 감정의 색채들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그녀가 전달하는 것은 단지 사랑이나 연민이 아닌, 바로 '애수(Melancholy)'이다."
199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가 미샤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말에서 주목할 것은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로 미샤는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사라마구는 말하고 있다. 사실 미샤는 여타의 다른 파두 가수와는 달리 목소리 결이 옅은 편에 속한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그녀는 노래를 결코 굵고 진하게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목소리 결이 다른 가수와 차이가 나게 들리는 것이다.
또 그녀는 파두에 팝 음악의 감성을 섞어 부르고 있다. 이것은 그녀가 목소리 결을 의도적으로 옅게 내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해야 부드럽고, 산뜻한 노래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샤의 노래와 정통 파두를 비교해보면 이와 같은 사실을 더욱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정통 파두는 일종의 ‘청승맞은’ 노래이다. 감정이입을 될 수 있는 한 더 진하게 표현하고, 목소리를 최대한 높고, 굵게 표현한다. 듣는 사람이 부담될 정도로 파두의 표현방식은 진하고, 깊다.
그러나 미샤의 노래를 들으면 그 감정이입이 조금 완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한 번 걸러서 표현됐다고 해야 할까. 대신 그녀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한껏 풀어헤친 목소리로 갖은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하고, 이별과 아픈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샤에게 파두는 일반화된 노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그녀는 정통 파두를 고집하지 않는다. 세계 모든 나라에서 울려 퍼지는 그저 그런 노래의 하나로 인식하며, 노래를 쉽고 편하게 부른다. 그리고 그 표정에는 포르투갈의 파두가 아니라 세계의 파두, 현대의 파두가 담겨 있는 것이다.
‘칸토’ 음반에는 미샤의 다양한 음색이 담겨 있다. 세련된 반주와,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를 바탕으로 진한 슬픔을 노래하고 있다. 슬픔을 슬픈 목소리로, 분노를 분노의 목소리로 표현하지만 결코 과장되어 표현하지는 않는다. 약간 거친 듯하지만, 인위적으로 변조한 목소리와는 차원이 달라 마치 슬픔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테너 라몬 바르가스는 이런 미지아의 노래를 듣고 "목을 사용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전작 ‘리추얼’은 온통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노래로 채운 바 있다. 그녀는 이 음반을 통해 로드리게스를 한 번 추억한 뒤 그녀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그녀는 이제 로드리게스와 비교되지 않고도 그 자체만으로 자신의 창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파두가 점점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퍼져들어 가고 있다.
그녀는 어느덧 국내에도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가수가 됐다. 1991년 첫 음반 '미샤'를 발표한 이래 지금에 이르기까지 미샤는 파두라는 장르를 확대시키고, 새롭게 재해석해왔다. 그리고 자신이 쌓아온 토대 위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그녀의 노래는 견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