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ahim Ferrer - Buenos Hermanos
Ibrahim Ferrer 노래 / 워너뮤직(WEA)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역시 세월의 무게는 아무나 피할 수 없나 보다. 2000년 말, 국내에 월드 뮤직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 이브라임 페레르가 2003년 10월 초로 예정되어 있던 내한공연을 결국 갖지 못했다. 원인은 노환. 1927년 생인 페레르는 공연 오기 전에 안타깝게도 출혈성 결막염에 걸렸고,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기압 차이로 병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 공연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결국 지난 해에 사망했다. 곧 또 한 명의 월드 뮤직 연주가를 잃은 셈이다.

이 아쉬움을 그의 두 번째 독집 음반으로 달랠 밖에 없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페레르는 지난 1997년 혜성처럼 등장한(우리 시각으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쿠바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단원 중 한 명이다. 이 음반을 선보이고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뒤 그는 지난 1999년 첫 독집 음반을 발매했다. 그 때 나이가 72세. 이 데뷔 음반은 다음 해 시상된 그레미상 월드뮤직 부문 올해의 음반으로 노미네이트되며 다시 한 번 그의 진가를 널리 알리게 됐다.

두 번째 음반 타이틀은 ‘좋은 사람들’(Buenos Hermanos). 첫 음반을 선보이고 4년이 지난 2003년  76세의 나이에 발표한 음반. 여전히 첫 음반과 마찬가지로 열정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평탄한 삶이 아닌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가 수록곡 곳곳에 배어 있다는 점이 가장 훌륭하다. 행복함과 슬픔, 기쁨과 괴로움 등 우리가 살아오면서 반드시 거치게 되는 갖은 감정들이 여러 노래를 통해 표현되고 있고, 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금세 감정의 깊이에 빠져 페레르의 숨결에 따라 흐느끼고, 웃고, 떠들며 놀게 된다. 이것이 바로 페레르가 추구하는 음악의 힘이고, 쿠바의 여러 뮤지션들이 간직하고 있는 음악 철학이다.

쿠바 음악 특유의 왁자지껄함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페레르는 쿠바의 정열을 여전히 그만의 부드러움으로 거뜬히 표현하고 있다. 첫 곡 ‘보끼네네’, 두 번째 곡 ‘좋은 사람들’, 이어지는 ‘쿠바의 음악’ 등은 여전히 흥겹고 감칠맛 난다. 그렇지만 1집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1집 음반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시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밴드 음악으로 들렸다면 2집 음반은 완전한 페레르의 독집 음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개인성이 강조되어 있다. 여기에는 악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페레르라는 가수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다. 곧 1집보다 자신만의 목소리가 더 강화됐고, 울림이 더욱 크게 부각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관코의 거리 안내자’나 ‘그를 숲 속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해요’ 등이 더욱 흥겹고 쾌활하게 들리며, ‘난파’와 ‘정원들의 향기’가 페레르의 연륜이 담겨 더욱 아름다운 곡으로 들리는 것이다.

페레르의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쿠바 음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그 음악 속에는 늘 사람들이 소리치고, 울고, 웃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곧 그들의 음악에는 사람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마치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연주하고,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감정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음반 또한 쿠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