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라크와 마리아 델 마 보네 카탈루냐의 설움을 대변한 저항과 음악의 역사 세계적인 스타가 즐비한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흔히 조직력의 부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심한 지역갈등이 선수들이 쉽게 단결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덧붙인다. 스페인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라면 이 지역갈등이란 단어에서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르겠다. 그리고 전라도와 경상도로 대변되는 우리나라를 연상하며 겨우 그 이유 때문에 우승을 못한다니 말이 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스페인의 지역갈등이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마드리드로 대변되는 카스티야 지역과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발전한 카탈루냐 지방은 서로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두 지역은 엄격히 구분되곤 했으나 1936년 프랑코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지역의 균등성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정권을 반대하는 쪽에 섰다는 이유로 내전이 끝나자 프랑코는 갖은 이유를 들며 카탈루냐 지방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공직에 철저히 카탈루냐 사람을 배제했고, 더 나아가 카탈루냐어의 공식 사용을 금지하기까지 했다. 이 역사를 알면 피카소가 왜 스페인 내란의 잔혹함을 묘사한 '게르니카'를 그렸으며, 첼리스트 카잘스가 타국을 떠돌며 카탈루냐 민요인 '새의 노래'를 그토록 자주 연주한 까닭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루이스 라크와 마리아 델 마 보네를 더하면 스페인의 예술 흐름을 한층 더 밀접하게 이해할 수 있다. 두 명의 가수 또한 피카소와 카잘스와 마찬가지로 반 프랑코 노선에 섰으며, 프랑코 정권 시절 남미의 '누에바 칸시온' 과 비슷한 '노바 칸송'(새 노래라는 뜻)을 확립시키며 반정부 활동을 하기도 했다. 18분 동안 이어지는 비극적인 선율이 압권 국내에 소개되어 있는 루이스 라크의 다섯 종의 음반과 보네의 두 장의 음반은 생소했던 스페인 음악, 특히 카탈루냐 지역 음악을 광범위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카탈루냐어로 부르는 라크의 음악을 단적으로 설명하면 재즈와 록이 가미된 포크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78년에 발표한 앨범 'El Meu Amic El Mar'는 그의 중기 대표작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전자음을 주로 사용해 애절한 음을 창조하고 있다. 이 음반을 제외한 나머지 음반은 모두 1994년 이후에 선보인 것이며 각 음반에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꿔나가는 라크의 진면목이 담겨 있다. 'Porrera'에는 클래식과 민속음악이 투명한 목소리와 안정된 연주 속에 조화롭게 어울려 있으며, 'Temps de Revoltes'와 'Rar'에는 록음악의 요소와 재즈, 클래식이 광범위하게 가미되어 있다. 특히 'Rar'에 수록된 18분 여의 대곡 'Companades a Mors'는 유럽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과 비극적인 라크의 음성이 시종 긴장감을 안겨주며 대단한 감동을 선사한다. 실황앨범인 'Nu'는 피아노 반주로만 이뤄졌지만 열정적인 라크의 음성이 풍성한 울림을 내며 공연장을 사로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리아 델 마 보네는 자신의 고향인 마요르카 섬의 아름다운 자연을 신선한 포크 음악으로 들려주는 세계적인 가수이다. 그녀 또한 라크와 마찬가지로 카탈루냐어나 이 지역의 방언인 카탈란어로 노래를 부른다. 음악 인생 30주년 기념 라이브 실황(1997년 바르셀로나)인 'El Cor Del Temps'나 1998년에 선보인 'Cheval de Foc' 모두 호소력 깊은 목소리와 음악의 순수함이 잘 배어 있는 월드 뮤직의 명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