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a Farandouri - Tribute To The Greek Songs Heritage
마리아 파란두리 (Maria Farandouri) 노래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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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리아 파란두리. 그녀는 여느 월드 뮤직 연주가처럼 국내에 별다른 지명도가 없다. 그러나 세계적인 명성은 대단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유명 잡지와 유명인의 입을 잠시 빌려보자. 영국의 ‘가디언’ 지는 그녀의 목소리를 두고 “올림피아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며 음악성을 추켜세웠다.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의 말도 극찬 일색이다. “내게 마리아는 그리스 그 자체이다. 그녀의 강렬하고 순수하며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는 마치 해라 여신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녀처럼 신의 감각을 들려준 이는 아직까지 만나지 못했다.”

인용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파란두리는 그리스 출신의 여성 가수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독일군이 물러갈 무렵에 태어나 스물두 살에 미키스 테오도라키스의 노래를 부르며 가수로 데뷔했다. 그런데 한참 명성을 쌓아가다 1967년 프랑스로 쫓기듯 이주해야 했다. 조국 그리스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발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곧 테오도라키스처럼 반정부 인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리스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노래를 무기 삼아 해외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끌었다. 또 타국의 연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많은 공연을 펼친 점도 그녀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모두 현재는 각 나라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된 미리암 마케바, 줄피 리바넬리, 마리아 델 마르 보네트, 메르데세스 소사, 인티 일리아니 등이 바로 파란두리와 활발한 교류를 가졌던 사람들이다.

음반에는 ‘그리스 음악 유산에 헌정함’(A tribute to The Greek Song Heritage)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지난 2001년 아테네에서 가진 실황이며 밀토스 로지아데스가 이끄는 칼라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았다. 수록곡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모두 그리스의 노래로만 구성되어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그리스의 전통이 담긴 과거의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이 섞여 있는 최근 노래도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그녀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음의 풍성한 음역은 처음 듣기만 해도 마음에서 무엇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실함이 느껴진다. 그녀가 말하는 사랑, 이별, 고통, 기다림, 절망, 희망은 실체가 없는 형이상학적인 단어가 아니다. 거기에는 더 깊이 사랑하고, 더 많이 절망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이가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 실제 세계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노래 속의 세계가 진실인 듯 들린다.

음울하고 어두운 색채가 주를 이루지만 때로는 밝고 흥겹다. 장중하게 읊은 노래 구절이 때로는 재즈(나이 지긋한 흑인 짐)와 탱고(고깃배의 탱고)를 만나기도 하고 카페 송(달로 산책을 가요)의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또 간간이 울리는 부주키 선율도 인상적이다. 맑고 영롱한 부주키 음에 청중의 박수 소리가 더해져 있는 ‘구름 낀 일요일’이 특히 귀에 들어온다. 이 외에도 ‘죽음만큼 강한 사랑’ ‘으슥한 해변에서’ ‘즐겁게 밤은 가는데’ 등에서도 그리스의 서정과 파란두리의 카리스마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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