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sao Sasaki - Eyes For You [재발매]
이사오 사사키 (Isao Sasaki) 노래 / 스톰프뮤직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사랑했다. 두 사람은 기뻤으나, 갈등하다가 헤어지고 만다. 그리고 사랑은 그저 추억으로만 두 사람 곁에 남아 있을 뿐이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줄거리는 이처럼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이 아프고, 아련하다. 상투적이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이 영화의 아련함이 숨쉬고 있기에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폐부를 찌른다. 아름다운 영상과 절제된 음악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한몫 거들었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영상의 분위기를 잔잔하게 돕고 있는 메인 테마와 사랑의 테마. 바로 피아니스트 이사오 사사키와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츠구 시노자키가 연주한 ‘사랑의 인사’와 ‘어느 멋진 봄날’이다. 이 두 곡은 짧은 사랑이 지나간 뒤 찾아오는 아픔과 쓸쓸함을 표현하고 있다.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과 잔잔한 피아노가 부딪치며 내는 음은 영화 속의 상우와 은수의 고독을 연상케 하며 쓸쓸함을 자아낸다.
이사오 사사키의 ‘Eyes For You’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사운드트랙처럼 그리움과 매혹의 눈길이 가득 담겨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곡은 타이틀곡인 ‘Eyes For You’. 이 곡은 일본 지하철역에서 취객을 구하다가 숨진 고 이수현씨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올해 3월 그의 첫 내한공연 때 초연된 것으로 피아노 솔로만으로 구성된 곡. 동일한 리듬의 반복으로 이뤄져 있지만, 이 음들 속에는 진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자신을 희생하고 타인을 구한 고인의 넋을 잔잔한 멜로디 속에 담아놓은 듯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첫곡 ‘Loving You’에는 그야말로 낭만성이 가득 묻어 있다. 뉴에이지 특유의 감수성이 진하게 배인 시노자키의 바이올린이 곡을 주도한다. 하지만 지나친 감정이입은 오히려 귀에 거슬리는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이보다는 감정이입과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사사키의 피아노 연주가 더 매력적이다. ‘Sky Walker’는 이사오 사사키의 다이내믹한 피아노 타건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의 내한공연 때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선보였던 이 곡은 당시 팬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사사키의 자연스러운 변주와 에드립은 곡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하고, 시노자키는 중간중간에 가담하며 곡을 감미롭게 이끈다. 라이브의 생동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연주는 이 곡의 매력을 더욱 빛나게 한다.
‘오필리어’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 나오는 비극적인 여인의 이름을 빌린 곡이다. 아버지와 연인을 함께 잃고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오필리어의 절망을 그린 곡으로 이 앨범에서는 유일하게 바이올린 대신 얼후가 등장한다. 흐느끼는 듯한 얼후의 음색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밖에 비장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All I Know’, 사사키가 스페인 마요르카를 여행한 뒤 만든 ‘Valldemosa’ ‘Cosmic World’ ‘노래하는 새’, 정겨운 멜로디로 가득한 ‘빗속의 나비’ ‘Tear Drop’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사오 사사키는 1999년 ‘미싱 유’가 발매되면서 새로운 뉴에이지 스타로 발돋움했다. 재즈 연주가로도 활동한 바 있는 그는 뉴에이지에 재즈적인 감성을 녹여낸 연주자이다. 이런 감성을 대표하는 곡이 바로 이번 앨범에도 수록되어 있는 ‘Sky Walker’. 이 곡은 그의 첫 앨범 ‘미싱 유’에 담겨 있던 것으로 앨범이 발매되자마자 금세 인기곡으로 부상했다. 이후 그는 ‘Moon & Wave’ ‘Star & Wave’를 차례로 발매했고, 이 음반들로 그는 국내에 상당한 팬을 거느리고 있다. 한편 바이올리니스트 마사추구 시노자키는 영화 ‘러브레터’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바 있는 역량 있는 연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