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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ㅣ 리라이팅 클래식 8
권용선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평점 :
그 까다로운 <계몽의 변증법>을 참 매끄럽게 잘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인의 해석이 좀더 가미되었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아도르노의 음악에 대한 단상들, 문화산업에 대한 시각 등을 그대로 전달하다보니 (저자도 밝혔지만) 지금 시대와는 너무 다른 생각이 되고 말았다. 이것은 아도르노를 잘못 해석한 경우에 해당하며, 자칫 그의 생각을 오해할 소지도 있다. 매스미디어와 현대 대중의 관계를 역작용만으로 바라보고 저자가 다양한 예를 든 장면은 정말 기계적인 예에 해당될 뿐이다. 정말 아도르노가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했을까? 그의 미학과 예술이론을 더 인용하며 해석했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생각도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물론 그의 재즈와 대중음악에 대한 생각이 편견에 가득차 있긴 하지만). 노명우의 <계몽의 변증법을 넘어서>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의 음악관이 철학과 얼마나 연관관계가 큰지를 잘 알 수 있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계몽의 변증법> 속의 문화산업 부분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을 곧이곧대로 오늘날의 대중에게 적용시키면 대중은 모두 노예가 될 뿐이다. 좀더 변증법적으로 이 관계를 규명하고, 대중의 성향을 분석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다 바보로 만드는 시각은 정말 잘못된 이분법에 불과할 뿐이다. 또 <계몽의 변증법>에 나와 있는 유대인 문제를 오늘날에 대비시켜 아직도 그들을 '소외받는 타자'라고 결론짓는 부분은 정말 아쉬웠다. 그들이 정말 그런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국내 학자의 해석이 가미된 좋은 책이다. 하지만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좀더 가미되어 더 발전된 논의가 진행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