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 교수 ‘한국 현대사 연구 개입’ 주장
“서양을 운위하는 것으로 서양사의 존재성이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다. (중략) 아예 한국 현대사 연구에 직접 개입”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로 한국서양사학회가 꾸려진 지 50년이 된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5~6일 한국서양사학회 주최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및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에서의 서양사연구, 근대성의 인식과 유럽중심주의의 극복’에 발표한 논문 ‘한국의 서양사학과 근대성의 인식’에서 통합적인 역사상 구축과 이에 대한 서양사학계의 구실을 강조했다.
최 교수가 보기에 지난 50년 국내 서양사학은 ‘근대주의’의 한 표현이었다. “근대화를 서구화와 동일시해 온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암묵적 합의” 때문에 서양사 연구자들은 단순히 서양의 역사적 경험이나 역사 이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근대성의 핵심 이념을 ‘발전’으로 본 국내 서양사 연구자들은 “(근대성이) 우리에게 제국주의로 다가온 점이나 (근대성의) ‘인권 혁명’이 예속을 해외로 수출하는 과정을 수반했음을 명쾌하게 짚어내지 못했다”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이런 ‘인식지평’은 해방 직후 한국 역사학이 일본 선례를 따라 (한)국사-동양사-서양사로 삼분돼 출범한 것과 잘 맞아 떨어진다. 서구를 특화시켜 주는 동시에 역사학 내부에 칸막이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통합적인 역사상 구축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국내 서양사학의 선구자들을 일본이 ‘공급’했다면, 이를 독립적인 분과 학문으로 키워낸 ‘원동력’은 미국이었다. 1차대전 이후 미국 대학에 국민윤리과목으로 도입된 ‘문화사’는 해방 직후부터 각 대학 교과과정에 예외없이 포함됐다. 서양사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이 과목은 유럽이 이룩한 근대성의 밝은 면만을 주로 부각시켰다. 친서방적인 태도를 길러준 것이다.
서양은 이제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근대화’에서 ‘선진화’로 바뀐 구호가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서양사학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최 교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서양사 연구와 교육에 적극 반영하려는 노력”을 넘어서, 한국 현대사 연구에 직접 개입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최근 몇몇 서양사학자들이 연구중인 ‘과거청산과 집단기억의 역사학’ ‘대중독재론’ ‘영국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근대성 비교’ 등의 주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한다.
그는 서양사학이 역사분쟁을 헤치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공존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서구 중심의 세계사에서 비주체화의 길을 강요당했던 동아시아 역사세계의 공통의 구조를 발견해봄으로써 자국과 지역사(동아시아사) 사이의 괴리를 뛰어넘어 소통을 꾀하는 것이 온당해보인다고 최 교수는 밝혔다. (02)820-5167.
강성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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