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은 책이다.
1년에 1권 볼까 말까 하는 자신이 권하는 책이니 믿으라고 하는 동료의 말에 도대체 얼마나 좋은 책이길래 하고 읽어봤다. 
보니, 박완서님 작품이다.
다른 작품을 먼저 읽고 이 책을 봤다면 박완서님의 작품색과 비교가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된다.
[누가 싱아를~] 만 읽어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 그녀의 다른 책들과 차별화 된 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박완서님의 자서전적 소설이다.
실제인지, 허구인지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흘러가서 도저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간결한 문장인데도 감칠맛도 나고 구수하기도 하고 점감도 간다.
그저 아름답게만 어린시절과 고향에 대해 묘사 하였다면 몸에 착착 감기는 맛은 없었을 것이다.
허풍도 있고, 과시욕도 있고, 그러면서도 순박한 인물을을 보고 있으니 정말 우리 가족, 우리 이웃의 이야기 같다.
몇 십년 전의 인간사인데도 사람의 감정은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기억"에 의존한 "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장면을 보거나, 똑같은 상황에 닥쳐도 사람들의 '기억'은 서로 다르게 각인된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 같은 기억도 새로운 기억으로 재저장 된다.
기억의 서랍에서 오래된 추억들을 꺼낼 때 마다
쌓인 먼지를 탁탁 터는 것에 그칠 뿐이 아니라 북북 문질러 빨래를 해서 더 미화시킬 수도 있고..
빨아도 빨아도 남는 얼룩을 보면 괜히 쓰리고 아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화가 되거나 쓰리게 표현된 내용조차 모두 진실미가 느껴지는 건 꾸밈없는 문체 때문이지 않을까.

[누가 싱아를~] 에서의 박완서님의 유년 시절과 학창시절은 우리나라 근대사의 주요 사건인 일제의 탄합, 좌익, 6.25 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 장대한 역사의 줄기보다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피부 구석구석 스며 들어서 좋다.
분명 50~60년 전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데도 시종일관 막힘없이 흘러가는 문체를 보고 있자면 대하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기억 속 싱아의 맛은 언제나 젊고 싱싱하단다.
그 기억의 공간을 싱아를 맛본 적 없는 내가 상상력 만으로 과연 이어 받을 수 있을까.

입안에 신맛이 가득 고이는 듯한 착각이 느껴지는 걸 보니
오늘은 왠지 그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 후속편 [그 산이 정말 있었을까]도 읽어봐야 겠다.
지금까지는 성인으로 자라는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었다면,
후속편은 정신적 독립체로 서기 위한 과정을 아야기 하지 않을 까 싶다.
우상처럼 생각했던 오빠의 죽음이 아마 계기가 될 터인데..
왠지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려고 한다.

* 유년 시절, 좋은 교육을 받게 해 주기 위해 엄마는 아이의 종종 머리를 냉큼 잘라버린다.
할아버지에 대한 향수와 머리에 대한 대목은 눈 앞에 수채화 처럼 장면, 장면이 마구 떠오른다. 
 


<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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