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아상 엄마 - 딸이 읽고 엄마가 또 읽는 책
백은하 지음 / 동아일보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엄마, 오늘 생신이신데 올해는 축하도 못 해드리네..
이번 설 연휴 동안 프로젝트 Open해서 집에도 못 들어가고  
여기서 쉰 내 폴폴 풍기면서 4일동안 꼬박 일해야 하거든..
음, 아마 Open하고 나서 일주일동안 계속 그럴꺼야.
일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많이 미안해.
그러고 보니 추석에 Open하는 프로젝트가 조금 더 낫게 느껴진다.
설날 Open하면 새배도 못 드려서 더 죄송하거든.

엄마, 내가 엄마에게 존대말 안하고 이렇게 반말하는 거 아주아주 아기 때 빼고 처음이지?
오늘은 왠지 나도 엄마에게 반말 하고 싶어져.
사무실서 밤 새면서 짬짬이 [크루아상 엄마]라는 책 읽었는데..
이 책 읽고 나니 오늘만 나도 반말 하고 싶어지는 거야.
얼마 전에 내가 윤서방한데.."성현이도 이제 학교 가니까 존댓말 쓰게 하자." 하니까..아무 말 안하더라.
조금 뜸을 들인 다음에, "난 싫은데.. 괜히 거리감 느껴지잖아. " 이러는 거야.
어머니께 말씀드리니까, "어려서 부터 아범은 그러더라. 반말이 더 가깝게 느껴져서 좋다고."
난, 교육 핑게 대며 윤서방이 잘 못 된거라고, 당연히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하는 거라고 이야기 했는데..
[크루아상 엄마] 읽고 나니까.. 조금 이해가 가네.
난생 처음 엄마한데 반말 하니까 쑥스럽기도 하지만 엄마가 진짜 "엄마"같애.

엄마, 지금 내 앞에 있는 [크루아상 엄마]책, 엄마한데 보여주고 싶다.
참 예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책 같애.
꽃잎 한 장, 한 장으로 춤추듯 너울 거리는 엄마 뒷모습을 그린 작은 그림들이 참 예뻐.
그리고 그 속에 시처럼 담긴 이야기들도 예쁘고.


그런데 있지,
책 속에, "크루아상" 이라는 단어가 하나도 안나와.
왜 제목이 "크루아상" 일까..
아마, 곱고 곱던 엄마가 나이가 들면서 주름도 생기고
꼿꼿한 허리고 좀 구부정 해 지고..
향긋한 꽃내음에서 정겹고 그리운 엄마냄새가 나는 것이
크루아상을 닮았다고 생각했으려나..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키도 크고 못하는 게 없었어.
시장에 쫄래쫄래 따라 갈 때 엄마 발걸음 쫓아 가기도 힘들었지.
명절이나 제사 때 단 한번도 나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던 엄마 덕분에
시집오고 나서야 이 많은 음식들이 저절로 뚝딱하고 만들어 지는 게 아니구나 알았어.

그러고 보니, 내가 엄마에게 상 제대로 차려 드린 적이 있던가?
멀리 계신다는 핑게가 너무 궁색하네.
그까짓 상 한번 차려 드리는 거 뭐가 어렵다고.
뭘 드려도 "맛있다, 맛있다" 하실 텐데..
이번 봄에 냉이 넣은 된장찌게랑 반찬 몇 가지 해서 예쁜 상 차려 드릴께.
아, 구수한 누릉지도 잊지 말아야지.

자주 전화도 못 드리고, 가끔 드리면 나 너무 땍땍 거리지.
엄마 마음 다 아는데,
아는 이야기 또 한다고,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라고, 사회생활 오래했다고.. 자꾸 땍땍, 땍땍.
아니, 사실은.. 엄마니까.. 내가 아무렇게나 말해도 다 받아 주실꺼라고 생각하고.. 자꾸 그러나봐.
어린 성현이가 나한데 짜증 내면 "엄마가 니 친구야? 막 대해도 되는 사람이야?"라고 하면서 말이야.
이것도 미안해.

엄마, 가끔 엄마 젊을 때 모습 생각하면 속상해.
엄마가 학교에 오시면 친구들 다 뛰어 나와서 엄마 훔쳐 본거 알아?
엄마가 너무 예쁘고 키도 크고 날씬해서 키 작았던 나에게 "새엄마지?" 하는 친구도 있었어.
그때 "나도 엄마 닮아서 키 클꺼야."라고 말해 줬었는데
이제 엄마보다 더 크고 나니, 엄마에게 온 세월의 흔적이 너무 너무 속상해.
정작 엄마야 말로 아무렇지 않다고 하시는데 그게 다 우리 키운다고 그런거지?

엄마,
많이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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