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문학] 눈먼자들의 도시 (0909)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포루투갈의 주제 사라마구 작품이다.

이 책은, 사실 영화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포스터만으로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인지 도서관에서 두둠한 두께의 이 책을 발견하고 왠지 반가웠다.
대출을 해서 읽어 보니, 정말 재미있었다. 적어도 절반 정도 까지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한 남자가 눈이 먼다..
희한한 건 까맣게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얗게 안보인다.
이에 대해 안과의사는 시신경이 문제가 아니라 뇌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하고 자료를 찾아 보는데 이 안과의사도 눈이 멀게 된다.
문제는 맨 처음 눈이 멀기 시작한 남자로 부터 시작하여 이와 접촉한 모든이가 눈이 멀게 된다.
안과의사의 제보로 인해 보건당국에 본 사안이 접수가 되고
이에 대한 대처안으로 눈이 먼 사람들을 모두 정신병동 한군데에 격리 수용하게 된다.
다들 우왕좌왕하지만 눈이 멀지 않은 안과 의사 부인으로 인해
(이 부인은 남편을 돌볼 요량으로 눈이 멀지도 않았지만 눈이 멀었다고 말하며
함께 격리 수용된다. 신기한 건.. 어떤 이유인 지는 모르겠으나 이 부인만 눈이 멀지 않는다.
이 부인 덕분에 이 격리된 공간에서 나름대로 규칙을 정해서 살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문제는 이 폐쇄된 공간에 갑자기 몰려든 눈먼 사람들이 급증하고,
그 중 돈, 여자를 요구하는 인간 말종의 악당들이 포함되면서
모든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근본적인 시험을 받게 된다.
이 부분 부터는 읽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결국엔 방화사건으로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의 사람들은 이 정신병월을 탈출하게 되는데
탈출하고 보니 바깥세상도 정신병원과 다를바 없다.
아니 더 처참하다고 해야 겠다.
모든 사람이 다 눈이 멀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 다음 줄거리는 직접 읽어 보기를 권한다.
왠만한 책은 마지막 페이지를 보지 않는데, 이 책 만큼은..중간까지 읽다가 맨 뒷장을 봤다..
프리즌 브레이크도 보다가 너무 불안해서 중간에 꺼버릴 정도로 비위가 약하기 때문에
안심을 하고 읽고 싶어서 맨 뒷 페이지를 본 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모두가 눈이 멀고 나 혼자 눈이 보인다면.. 이라는 질문을 책을 보기 전에 했다면..
'글쎄, 나는 별로 불편한게 없겠는데..' 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의사 아내의 입장과 그녀를 제외한 눈이 멀어 버린 모든 사람의 입장을 오가면서..
인간 본성에 대해 끊임 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훨씬 추악해져 버린 인간 세계..
그 세계를 고스란히 볼 수 밖에 없었던 의사 아내..
아마 그녀는 내 눈이 보여서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겠구나를 생각하기 보다
차라리 나도 같이 눈이 멀어져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먹을 것이 없어진 그 세상에서 사람을 뜯어 먹는 개들의 본성이 사람들의 심리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저자는 '인간'이라고 하는 허울은 기본적 생계가 보장되었을 경우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를 통해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던 희망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