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카 페트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로써 하멜른시 아동문학상과 오일렌슈피겔 아동문학상을 수상받았고
안토니 보라틴스키는 추상적인 내용들을 형상화하는 탁월한 그림들로
오스트리아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런 객관적 자료는 뒤로 하고, 난 이 두 콤비가 만든
행복한 청소부,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가 정말 좋다.
우리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이 작품들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글밥과 내용은 무시하고, 보여줬다.
그만큼 처음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주인공들과
차분하지만 화려한 색상의 조화들이었다.
이 콤비들의 작품은.. 읽는 내내, 음악이 있는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줬다.
서점에서 맨 처음 [행복한 청소부]를 보고 나서 바로 다른 책들을 찾아 보니, 국내 번역본은 이 3권이 다다..
이 3권 모두 잔잔한 예술이나 감성에 바탕을 둔 잔잔한 감흥을 전달하고 있기 땜문에
어린 아이들의 호응도가 낮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 고학년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감히 말해 본다.

- 행복한 청소부
 이 청소부의 표정만 봐도 나도 덩달아 행복해 진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이 청소부 아저씨의 담당구역은 독일의 음악가와 작가 거리의 간판이다.
누구보다 깨끗히 그 간판을 닦던 아저씨는 어느날 그 간판 속에 적힌 사람들에 대해 궁금해 하게 된다.
차분히 생각하던 청소부는 퇴근을 하고 와서 말끔히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음악가 한 명, 한 명의 음학회를 가게 되고, 다음으로 작가들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 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닦던 간판의 이름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부터
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행복해 하는 청소부...
그렇게 쌓이고 쌓이던 지식들은 그의 머릿속에만 있지 않고 입밖으로 슬며시 나오게 되고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의 학생이 되어 그렇게 그 거리가 청소부의 강당으로 변해 간다.
나중에는, 대학강의 제의까지 오지만 청소부는 청소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너무도 사랑하여
오늘도 계속 간판을 닦기로 한다.

참 예쁜 이야기, 예쁜 그림이다.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이런 거장들의 이름을 그림책에서 만난것도 반갑지만,
청소부의 예쁜 마음을 만난 것이 더 반갑다.

- 생각을 모으는 사람

이 책에 나오는 "나"는 잠깐 어떤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냥 책 읽는 나로 봐도 좋을 것 같다.
부르퉁 아저씨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다.
생각을 모은다니, 어떻게? 도대체 생각은 어떻게 생겼을 까?
그 해답을 찾을 필요도 없는 것이 안토니 보라틴스키가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할 정도로,
생각을 형상화 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러가지 다양한 생각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더럽고.. 등 )들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그 한 페이지로 아이와 한 참을 들여다 보고 함께 느껴봤다.
어떤 게 슬픈 생각일까, 이 생각은 어떤 생각같애? 라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더럽거나 슬픈 생각조차도 참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르통 아저씨는 이 모든 생각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
모두 모아, 잘 심어서 예쁜 꽃을 피우고 다시 날려보내 주는데,
우리들 각각이 순간순간 하는 그 생각들은 우리 개인 만큼이나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인 것만 같다.

생각을 모으는 사람은.. 이름이 부르퉁 아저씨처럼 특이하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우리 동네에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의 이름이 뭘까 하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 우리의 생각도 생각을 모으는 사람이 데려가서 예쁘게 꽃피워 주겠지?

- 바다로 간 화가
행복한 청소부,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 이 3권 중에
바다로 간 화가가 가장 환상적인 내용인 것 같다.
화가는 바다로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
약간의 저축이 아니라 머리까지 스스로 깍고 어머니의 유품도 처분할 만큼 그렇게 아끼고 또 아껴 모은다.
책을 읽다 말고 지구본을 가져와서 아이와 잠시 고민했다.
바다가 멀지 않은데 왜 이렇게 많은 걸 팔고 모아서 바다에 가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다음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화가가 바다에 간 건 며칠의 유람이 아니구나,
바다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느끼기 위해 어쩌면 화가의 마지막 작품을 거기서 보내고 싶은 욕구까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록 절절히 바다로 가기 위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화가가 바다에 갔을 때 느꼈던 감동과 바다와 함께 머물면서 느꼈던 행복감이 나에게도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어느덧 가진 돈이 바닥났을 때 화가는 할수없이 그림 한 뭉치, 돌멩이 한 줌, 조개 한 자루, 모래 한 봉지를 가지고 돌아온다.
항상 바다를 그리워 하지만 이미 늙어버려 다시 돌아 갈 수 없게된 화가는...바다를 주제로 최고의 역작을 그린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긴다. 그림 속 문을 통해 화가는 매일 바다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그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화가의 소원이 그림을 통해 이루어 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