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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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소설]만 편식을 했는데..
이렇게 성인이 되고 나니 이번엔 [비소설]만 편식하게 된 것같다.
그러다 간만에 읽은 소설이 신경숙 선생님의 [엄마를 부탁해]이다.
이 책은 [창작과 비평]에 2007~2008년 3개의 계절동안 연재한 작품을 묶은 글이다.
처음은 자서전적 수필인가 하고 생각했다.
1장에 등장하는 "너"의 직업이 작가여서 그랬나 보다.

시골에 살고 계신 부모님이 생신을 맞이하여 서울로 오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지하철에 먼저 타고 어머니는 미처 따라 타지 못한 이후로,
어머니가 아예 실종이 된다.

1장에서는 작가인 큰 딸이 "너"로 등장하여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이미 잊었던 "엄마"의 모습을 회상한다.

2장에서는 엄마의 신뢰를 듬뿍 받았던 장남이 "그"로 등장하여
자신이 엄마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자신의 꿈이 엄마에게 어떤 희망이었는지
점점 깨달아 간다.

3장에서는 엄마의 남편인.. "당신"이 등장한다.
잃고 나서야 얼마나 그녀가 소중한 존재인지를 생활 곳곳을 통해
알음알음 알아가는 남편의 이야기다.
1,2장에서는 한민족의 엄마로서 애틋한 향수가 일었는데..
3장에서는 우리네 여인네들의 한이 느껴진다.
이제사 눈물을 흘리는 이 "엄마의 남편"과,
시어머니 노릇한 일을 이제사 뉘우치는 "고모"도..
무작정 미워할 수 없다..
이 조차 바로 우리의 모습이므로..

4장에서는.. 읽는 나도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누구지? 어떤 이야기지?
바로 엄마 자신이 등장한다.
실종된 엄마를 봤다고 제보가 들어 왔을 때 공통 인상착의가 파란 슬리퍼였다.
분명 신고 있었던 신은 파란 슬리퍼가 아니었지만,
하나같이 들려오는 제보는 파란 슬리퍼 였고..
눈이, 사진 속 여인과 똑 같다고 한다.
파란 슬리퍼를 얼마나 끌고 다녔던지.. 발등이 패여 뼈가 보일 정도였고..
그 사이로 고름이 새어 나와 냄새가 진동을 할 정도라고 해서..
제발.. 그 여인이 우리 "엄마"가 아니길 얼마나 바랬던가...
그러나 4장에서는 흡사 정신체가 떠돌아 다니는 듯...
그리 과거와 현재를 살피며 지나간다.
그리고, 그 무거운 파란 슬리퍼를 이제는 벗어버리겠다는..
그 문장에서.. 가슴이 메어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적힌 글..
나도 엄마가 필요했다는.. 그 글에서는..
책 속에 얼굴을 파묻을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나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진다.
견딜수없이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평소에는 괜히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
"내가 다 알아서 해요" 라는 말로 전화를 끊었는데..
오늘은..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눈물범벋인 내 모습을 본 우리 아들..
무슨일인가 싶어 나를 쳐다 본다.
"엄마도 엄마가 보고 싶네..보고 와도 돼?" 그랬더니..
"얼마나 오래?" 그런다..
"이틀?" 그랬더니..
"그러면 자고 그 다음날 일찍 와, 엄마~" 라고 말해 준다.
그래, 너에게는 내가 엄마지..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항상 있어주고
항상 믿어주고
항상 걱정해 주고
항상 사랑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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