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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아끼며 살아라 -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가장 소중한 말
나태주 지음 / 더블북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듦.
이 단어 하나를 가지고 과학에서는 노화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고 있고, 심리학에서는 생애 주기에 따른 행복지수를 찾거나 노인의 감정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의학에서는 남은 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고, 금융과 경제에서는 기대 여명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를 연구한다.
이런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돈, 건강, 관계, 활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다스리는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한다.
밀라논나님, 나태주 시인, 김형석 교수님, 이근후 교수님, 양순자 선생님 등
이분들의 글을 읽으면 늘 마음이 평화롭고 넉넉해진다.
청년 이상의 열정을 안고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를 감싸는 듯한 부드러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매년 늘어나는 숫자 "1"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제대로 알고, '나이 듦'을 제대로 받아들인 진짜 어른의 모습인 것 같아 늘 본받고 싶어진다.
나태주 시인의 <너를 아끼고 살아라>는 '어록 성격'이 있는 책으로, 그동안 함께 일해 온 에디터가 자그마치 한 해 동안 손수 나태주 시인의 말과 글을 찾아내어 다듬고 편집해서 만든 책이라고 소개한다. "이렇게 사람은 혼자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나태주 시인님의 마음이 참 예쁘다. 그리고 그 많은 방송과 글에서 나태주 시인의 예쁜 문장을 골라서 이렇게 책으로 만든 분께도 감사하다.
여러 곳에서 나태주 시인의 문장을 가져왔으나, 신기하게도 책 한 편이 물 흐르듯 흘러서 마치 한 권의 시집 같다. 짧으면 반 페이지, 길면 두 페이지 남짓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질감이 전혀 없으며, 긴 글조차도 시의 운율이 느껴진다. 어록의 성격이 있다고 했으나, 다른 어록집은 아포리즘 명언처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표현했다면, 이 책은 마음으로 스며들게 해 주어서 잔잔한 여운이 남도록 해 준다.
차례만으로도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 줄 정도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세요.
인생의 가로등이 켜지는 시간
사랑은 매번 서투르고 짝사랑이며 늘 첫사랑입니다.
너를 말해주는 것들
마음속에 봄을 간직하면 반드시 봄이 찾아옵니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나로 시작해서 너로 넓어지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이 있는 사람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 이 말이 왜 이렇게 뭉클하던지. 너나 할 것 없이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세상에서, 오늘 하루 치의 무게를 묵묵히 잘 감당해낸 사람이 비로소 휴식을 취하며 한 말 같아서다. 그래, 우리는 늘 오늘 하루를 잘 살았고 내일 도 잘 살 텐데, 왜 이렇게 걱정 속에 자신을 밀어 넣을까.
자기 전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자. "오늘도 고이 많았습니다. 하루의 무게를 잘 견뎌낸 나에게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면 책 속에서 보석 같은 글을 찾아 나서 보자.
"좋아하는 일을 하라"
잘하는 일을 하면 자존심이 높아지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을 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남들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마세요. 누라 뭐라 해도 묵묵히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면 됩니다. (p18)
"저 사람은 재능이 있고, 나는 없어서"라는 말이 흔하다. 그러나 나태주 시인은 재능이란 잘하는 능력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하고 즐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열정'이며 열정이야말로 성공의 문을 여는 비밀 열쇠하고 했다.
그 사이 펴낸 시집만 200여 권이 넘었으니, 묵묵히 가고 싶은 길을 간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그동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출판사의 거절도 밥 먹듯 당했고, 자비 출판을 하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 역시 젊은 시절 출판사로부터 끊임없이 거절당했다.
자존심은 남들과 비교하며 생기는 우월감이고, 자존감은 스스로를 높이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갈고닦았기에 좋아하는 일도 꾸준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는 별이다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네 가슴에 별 하나
숨기고서 살아라
끝내 그 별 놓치지 마라
네가 별이 되어라
나태주 시인은 이 책에서 삶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살아지는 삶, 살아가는 삶, 살아내는 삶"
이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살아지는 삶이라고 했다.
힘들면 한 발짝 내딛고 쉬어가며 살아내라고 했다. 살아내는 삶은, 삶이 축복이고 아름다움이며 눈부신 것임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이 삶을 끝까지 잘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번 생은 망쳤다고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마세요. 기회를 놓쳤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버스를 놓쳤다면, 다음 버스가 반드시 옵니다. 다음에 오는 버스가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나를 믿고 나를 아끼고 나를 사랑하는 말이 묵직하게 와닿는다.
나태주 시인은 두 번, 큰 변고를 겪는다. 한번은 중학교 2학년 시절 사고로 한쪽 눈알이 튀어나와서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실명의 위험에서 겨우 벗어났다. 또 한 번은 쓸개가 파열되어 의사들도 가망이 없다고 했으나 이겨냈다.
"살아 있으니 아픈 거야, 아프니까 나는 또 살 수 있다"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겨내려 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 작품 활동도 더욱 활발해지고, 책을 찾는 독자도 늘었다고 했다. 두 번의 죽을 고비 후 세상이 천국 같고 세상 사람들이 천사와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죽을 고비라고 스쳐 지나가고 있으나 <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급성 췌장염으로 쓸개에 생긴 결석이 췌장염을 일으켰고, 내장 지방을 녹여 배속을 비누 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목숨이 위태로웠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시인님을 둘러싼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모여 자신이 살아나게 되었다고 설명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시인님이 이런 순간조차도 아무런 원망 없이, 고맙고 감사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고운 사람이 주변에 넘쳐나는 구나로 느껴졌다.
이때 시인님은 특별한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가까운 것, 평범한 것에 관심을 주면 삶이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에서는 나태주 시인님의 대표작, [풀꽃]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 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가장 읽지 않는 분야를 고르라면 '시'이다. 천 페이지 가까운 벽돌 책, 머리를 지끈 아프게 하는 철학이나 과학 책은 꾸역꾸역 읽어내면서, 짧디짧은 시집에는 영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아직도 소중하게 기억하는 시집이 바로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이다.
이 시집에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풀꽃 I ]를 만났다.
풀꽃 I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를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며칠 전 집 근처 산책길에 들풀들이 피어 있었다. 들풀들은 쪼그리고 않아서 가까이에서 보거나, 멀리서 다른 풀들과 어우러짐을 보게 된다. 화려한 꽃들은 단박에 눈을 사로잡지만, 시선을 오래 붙드는 건 들풀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바로 '나'라는 말이 참 좋다.
풀꽃은 모두 세 편이다. [풀꽃 I] 은 초등학교 교사 시절, 유독 말을 듣지 않고 예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쓴 것이라고 했다.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려고 말이다. 너무 솔직해서 웃음이 나왔다.
[풀꽃 2]는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관심의 과정을 그리고 있고 사랑의 비밀을 다룬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풀꽃 3]은 엄마를 잃은 손자를 응원하고 위로하기 위해 지은 시이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이외에도 좋은 글이 많다.
오늘 하루 지쳤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위로를 받기를 바래본다.
마치 풀꽃 속에 와 있는 기분이 들 테니까.
- 좋은 글귀를 찾아 -
시골에서 살면서, 자동차도 없고, 평생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시를 쓰고 살았으니, 누가 보더라도 여지없이 마이너리그 인생을 산 셈입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p204)
독일 시인 괴테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상대를 이겨야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경기에서는 목적지를 향해 올바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인가. 그곳을 향해 묵묵히 달려가길 바랍니다. (p212)
우리가 '안다'고 말할 때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지식으로 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으로 '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되려면 단순히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생활 속에서 그 지식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p218)
성공이란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어 그 일을 평생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청소년 시절에 꿈꾸었던 자기를 늙은 나이에 만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입니다. (p221)
아홉 번 실패했다면, 아홉 번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열 번째 시작을 망설이는 걸까요? 아홉 번 실패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아홉 번이나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통해 아홉 가지나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다시 시도하면 더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인생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 과정이랍니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그릿>은 법 벌이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생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입니다. '직업'은 특정한 역할이나 직위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을 말합니다.
'천직'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이나 소명 의식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입니다. 열정과 근기로 소명의식을 갖고 일할 때, 즉 '천직'에 종사할 때 더 큰 성공을 할 수 있습니다. (p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