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이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물었다 - 삶의 변곡점에 필요한 철학자의 말들
이관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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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대부분 동요한다. 앞자리가 바뀌어도 유일하게 동요하지 않는 나이가 있다면 10살일 것이다. 오히려 형아가 되었다고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처음 맞이하는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모두 제각각의 의미가 있는 숫자다. 그중에서 쉰은 더 특별한 것 같다. 백세를 산다고 가정하면 절반이 지났고 어리고 젊었던 시절과 이별을 고하고, 앞으로는 인생의 후반부를 향해 가야 하는 나이다. 아이들도 자라 성인이 되고, 일터에서도 떠나게 되는 나이대여서 생활에 큰 변화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50을 맞이하여 불안하고 초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자들의 지혜를 알려주고 있다. 책에서 다루는 세부 주제를 따라 자신을 돌아보면 잠시라도 자아성찰을 할 수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인간관계 리셋 하기이다.

나이가 들면 마음에 맞는 친구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사람의 연락처는 많으나 '친구'라고 부를 만한 이들이 얼마나 될까.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원래 자기 자신과 완전히 융화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재화는 고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철저한 은둔 상태에서만 지속적인 평정을 가질 수 있다.'라고 했다.

취미생활을 할 때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는 것도 좋지만, 나 홀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하나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의외로 혼자만의 시간에 충분한 에너지를 채우게 된다.

또 하나 중요한 인간관계는 가족이다. 자녀에게 시간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희생한 부모는 자녀의 대학, 학과, 진로 선택을 위해 자신이 희생한 만큼 자녀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자녀와의 관계도 적당한 거리를 둬서, 자녀에게 개입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점차 늘여나가야 한다. 자녀에게 꿈을 강요하거나 왜 꿈이 없냐고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두 번째 장은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마 전 동영상 하나를 본 적이 있다. 인생 이모작이 필요하다는 주제다. 저자도 같은 말을 한다. 일을 그만두는 평균연령은 49.3세, 고령층의 평균 근로 희망 연령은 73세이다. 우리의 바람과 현실은 23년 정도의 차이가 있다. 대부분 사람은 70대까지 계속 일하기를 원하니, 업계에 계속 남을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을 할지 염두에 두고 50세부터 퇴직을 준비하라고 한다.

아마도 베이비붐 세대가 이런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 보인다. 은퇴하면 여유롭게 인생 후반부를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어느 사이에 사회는 더 복잡해졌고 수명은 이미 길어져 버려서 남은 생애에 대한 고민을 할 틈이 없었다. 그보다 아래 세대는 길어진 수명을 더 일찍 고려할 수 있어서 준비 기간을 가져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인생 일모작 때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면, 인생 이모작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일모작을 하는 동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꾸준히 자신을 탐색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보다 성취를 경험하면 자존감이 향상한다고 하였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좋아하는 것에 도전을 해야 한다.

세 번째 장은 오늘을 살아가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남과의 비교, 과거와의 비교에서 벗아나 '바로 지금'을 '즐겁게' 살도록 하자. "부러우면 지는 거야"라는 말은 열등감 때문에 나온 말일 수 있다.

오늘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여행이다. 저자는 어느 60대 부부가 은퇴 후 연금으로 저렴한 패키지여행을 매달 간다며, 연 12회 해외여행 절반 정도를 젊을 때로 분산해 볼 것을 권한다. 이 말은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니 은퇴'와도 통하는 말 같다.

여행을 갔을 때도 '그리고'가 아니라 '또는'의 자세가 필요하다. 패키지여행처럼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는 것보다 나를 위한 여행을 준비하면 비 오는 날씨에도 느긋해진다.

네 번째 장인 '이제라도 변화를 꿈꾼다면'에서는 '젊음'은 실체가 없다고 말한다. 젊고 늙음은 상대적인 기준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대가 되면 부쩍 '이 나이에'라는 말이 등장한다. 두려움, 귀찮음, 체념이 생겨서다. 우리 인생길에서 그 어떤 것도 배우기에 늦었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섯 번째 장인 '노년을 위한 몸의 철학'에서는 자세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돈이 없어도 화려하지 않아도 자세가 좋으면 우아해질 수 있다. 신체를 강화한다기 보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신체의 사용법을 발견해 보자.

여섯 번째 장은 '50대의 덕목들'을 논한다. 50대 리더란 조직원의 단점을 다그치기 보다 장점을 먼저 보고 그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 50은 나를 위한 공부를 시작할 때이기도 하다. 50대는 누구 신경 쓸 필요 없이 오직 나 자신을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다.

50대가 지양할 만한 삶의 방향이란 '생성과 변화의 철학'이기 때문에 6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양철학에서 베이컨, 스피노자, 니체, 베르그송, 사르트르,

동양철학에서 주역, 공자, 노자,

문학에서는 카잔차키스, 헤밍웨이를 인용했다.

이들이 모두 5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 쓴 책들이 아님에도 노년이 읽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진리가 있다. 유명한 철학가나 작가여서가 아니라 우리보다 인생을 덜 산 사람의 말이다로 흘려듣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50대 또는 은퇴와 노후에 대해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한 책으로는 박중언의 <노후 수업 (클릭)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가지 (클릭) >가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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