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 부모의 말 공부
이현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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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떻게 보면 엉뚱하다. 딸은 없고 아들이 하나 있는 데다 그 아들도 스무 살 성인인데 난데없이 웬 '사춘기 딸'을 둔 육아책을 읽었을까. 어쩌면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은 책들도 가끔 찾아 읽고 있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사람들 간의 관계',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라고 해야겠다.

<사춘기 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부모의 말 공부>는 사춘기 딸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면서 긍정적인 대화로 이끌 수 있는 솔루션을 잘 제시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번 리뷰는 조금 다른 관점을 섞어서 써보려고 한다.

그 관점이란, '아들'을 키워 본 엄마이자,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입장에서 '딸'을 키우는 엄마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할까.

아들만 낳은 엄마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이다.

딸, 아들 순서로 있으면 150점, 아들, 딸 순서이면 100점이라는 말도 있다. 아들이 둘이라도 되면, 농담반으로 '아이고, 저주받으셨네.'말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들 하나 키우면서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 적은 없다.

엄마에게 딸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나이가 들었을 때 딸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기 때문인 것과, 아무래도 아들보다 딸이 보모에게 살갑게 대해서이다. 결국, 부모 욕심이고 부모 입장에서 하는 말들이다. 딸이고 아들이고 자기 길 가고 자기 친구 잘 만나면 그만이고, 부모도 자기 길 가고 자기 친구와 잘 지내면 된다. 왜 나의 노후 말상대를 딸에게 맡기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독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아이들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본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울타리 속에 아이들이 머물기를 바라고 있는 모습을 봐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소리일 수 있으나 나중에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서 독립하려면 부모들도 자신의 삶을 가꿔야 하지만, 아이들도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어야 부모도 안심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의 올바른 양육태도가 중요하다. 어엿한 독립적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아이의 어릴 때로 돌아가 보면, 엄마들 모임에서 아들을 둔 엄마와 딸을 둔 엄마의 여유로움이 사뭇 달랐다. 아들을 둔 엄마는 학교와 또래 집단에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통 알지 못하는 반면, 딸을 둔 엄마는 아이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할 수 없듯, 이 공식이 다 들어맞는 건 아니다. 딸을 둔 엄마 중에서도 "아유, 우리 아이도 그래요. 집에 와서 말도 하지 않고, 아들보다 더 해요."라며 딸이 아니라 '아들'과 진배없다고 말한다.

알아서 척척해 내고 친구들끼리 있었던 이야기를 잘 하는 아들을 둔 엄마를 두고서는 "딸 같은 아들 두셔서 좋겠어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결국, 우리 부모들은 '아들과 딸' 이미지를 두고 구분해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딸과 아들의 대표성을 띠는 기질이 있기 때문에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개개인의 기질'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상적인 틀'에 맞춰서 바라보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 책은 사춘기 딸을 둔 부모의 '말 공부'이다.

저자는 아이가 하는 말 중에서 부모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엄마와 딸은 같은 여자다 보니 세대 차이를 주로 느낀다면, 아빠는 살갑던 딸이 어느 날부터 자신에게 '거부감'을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아들과 아빠와는 대다수가 그리 대화가 많지 않은 데다 사춘기 아들이 보이는 행동에 대해 아빠 입장에서 '쟤가 왜 저러지?'보다는 '어, 저 행동 익숙한데?'라는 생각을 한다. 성별이 다른 엄마가 보기에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싶겠지만 아빠 자신도 사춘기 때 자신이, 또는 친구들이 했던 행동과 유사해서이다.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는 어차피 체력과 힘에서도 아들을 이기지 못하므로 아들에게 '조심스럽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아들에게 약자로써 '무시'당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보모로써 권위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헷갈리게 된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아들과 딸에 따라 다른 느낌이 있긴 해도,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기본적으로 '아들이건, 딸이건 똑같구나'이며,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구나'이다. 그 어떤 사람이건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고 기다려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고마워하기 때문이며, 이 진리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에게 통한다.

이 책은 상처 주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 대표적인 대화 38가지를 정리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며 올바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지침을 제공한다. 제목처럼 부모에게 '말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줘서 아이 마음이 상하지 않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부모의 표현법'을 자세히 적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예쁜 말' 아래 가져야 할 '진짜 마음'이다.

부모의 마음 자세부터 바꾸고 '진실된 마음'을 제대로 가져야지, 마음은 그렇지 않은 데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는 것을 아이들은 다 알고 있다.

38가지 대화솔루션 마다 '부모의 속마음, 딸의 속마음, 이 말은 참으세요, 이렇게 말해보세요'의 네 가지를 알려주는데 그중에서 '딸의 속마음'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딸아이가 하는 말에 곧이곧대로 반응하지 말고 '왜 저런 말'을 했는지 속마음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말들과 상황에 대해 책에서 정리를 잘 했기 때문에 사춘기 딸아이가 하는 말과 태도에 대해 이 책 한 권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글의 서두에 밝힌 것처럼 아들을 키워본 입장에서 딸을 둔 엄마가 경계해야 할 것을 하나 추가하자면 '딸과 엄마의 지나친 '동화'이다. 아무래도 딸과 엄마는 동성인데다 딸들의 표현법이 구체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엄마들이 딸과 자신을 구분 짓지 못하고 딸의 입을 통해 들은 말에 대해 고스란히 '감정이입'을 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딸이 친구들과 생긴 사건사고에 대해 객관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아이들 간 분쟁에서 내 자식이 귀해서 부모 간 싸움이 나기보다는 엄마가 딸로 빙의해서 부모 싸움이 나는 일이 잦을 수 있다.

'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면서 딸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스스로 깨닫지 못해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를 독립 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자녀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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