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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위험한 과학책 ㅣ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평점 :
와, 책에서 손을 떼게 해 주지 않는다. 정말 기발하고 유쾌한 책이다.
책에서는 자신이 웹툰 작가라고 겸손하게 말하는데 저자 랜들 먼로는 NASA에서 로봇공학자로 일했다.
그가 활동하는 곳은 미국 사이언스 웹툰 xkcd 이다. 막대인간(이전에 졸라맨이라고 불렀던) 으로 간단한 그림을 그리면서 내용는 수과학이며 표현은 유머와 풍자다. what if 는 <위험한 과학책>으로, How to는 <더 위험한 과학책>으로 출간했고 이번 책은 그 후속작 <아주 위험한 과학책>이다. (다음 책은 얼마만큼 위험한 제목이 붙으려나)
그러고 보니 이 책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싶었더니, 우리집 서재에 <위험한 과학책>이 꽂혀 있다. 처음 출간될 때 사놓고 읽지 않았나 보다. 이 책도 마저 읽어야 겠다.
국제천문연맹에서 한 소행성에 먼로의 이름을 붙여서 '4942먼로'라고 할 정도이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랜들 먼로에 대해 찾아보니 그림책에 깨알같이 등장해서 웃음과 재미를 주는 캐릭터들의 정보가 있다. 특히 남녀 주인공 두 명의 이름은 각각 큐볼(cueball)과 매건(Megan)으로 왠지 랜들 먼로와 그의 아내같은 느낌이다.
검은 모자 (Black hat)은 비관적인 성격이며 남을 곤경에 빠뜨리곤 하는데 이번 책에서는 딱히 등장하지 않은 것 같고 <위험한 과학책>에서 달에 레이저를 쏘았다고 한다. 흰 모자(White hat)은 바뚤어진 사상을 가졌는데 이번 책에서는 종종 나타나 잔소리를 한다. 베레모 남자(Beret guy)ㄷ는 낙천적이며 순진한 성격으로 이번 책에도 등장한다.
<아주 위험한 과학책>에서는 63개 질문에 대한 착실한 답변과 5가지 짧은 대답으로 구성되어있다.
위험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로는 발생가능성이 적으나 실현된다면 인류나 지구, 우주가 사라질 정도의 결과를 초래할 호기심들이 질문이어서다.
그런데 그 질문이 인류멸망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첫번째 질문 처럼 아멜리아 어린이의 '수프로 태양계를 채운다면' 과 같은 어린아이다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질문이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이런 질문하면 '쓰읍, 쓸데없는 질문하지 말고 공부나 해' 라고 했을 텐데 랜들 먼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책 맨 뒤의 <감사의 글>을 보면 질문에 도움을 준 분들을 언급한다. 책의 내용만 귀여운 것이 아니라 감사의 글도 정이 넘친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나쁜일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더 재미있을 것 같으니' 익명으로 해 달라고 한 연방 검사에게도 감사드립니다.'라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유머가 넘친다.
책 자체도 재미있지만 질문을 한 사람들의 패턴도 보인다.
일단 아이들. 자유로운 상상력이 넘치는 아이들 덕분에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질문을 접하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덩달아 과학상식도 올라가는 덤을 얻었다.
다음으로 알쓸신잡에 나올법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바나나를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교회 안에 넣을 수 있을까요? 제 친구들은 이걸로 10년 넘게 논쟁하고 있어요.' - 조너스 -
10년 넘에 이런 논쟁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평생 지기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데다 성향도 같아 보여서다. 참고로 정답은 '네'이다. 통계조사와 수식으로 계산한 결과 1년 동안 재배되는 바나나는 사람의 발목 정도 채울 수 있다.
아, 나도 궁금했던 질문이 있다. '일생동안 다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영어) 책이 너무 많아진 것은 인류 역사의 어느 지점인가요?' - 그레고리 월모트 -
내가 어릴 때도 책은 많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TV에는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 서점에 가면 책이 넘쳐난다. 거기다 책을 내는 사람도 일반인으로 확대되었다. 평생 읽어도 다 못 읽을 책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질문의 답을 추론하는 과정은 작가들이 1분에 몇 단어를 쓰는지 계산해 내는지에서 시작해서 결론은 '활동하는 작가가 수배명이 되기 전 어느 때'라고 했고 잡지 <시드>는 전체 저자의 수가 1500년 근처에 이 지점에 도달했으며 그 이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질문도 기발하다. '한쪽 눈을 뽑아 다른 쪽 눈을 들여다보게 하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가요? (신경과 혈관은 상하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 렌카, 체코 공화국
답은 눈을 보게 된다고 한다. 다반 눈은 흐릿한 이중상에 둘러싸이고 방을 배경으로 겹쳐진 얼굴과 손을 보게 된다.
어릴 때 부터 궁금했던 질문이 있는데 혹시나 여기 있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없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있는가?' 이다. 빠른 속도로 추락할 때 어떤 장치로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무중력 상태처럼 붕 뜨게 만들면 엘리베이터가 바닥에 부딪칠 때 충격을 덜 받게 만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고 꼬맹이 때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나도 랜드 먼로에게 질문해볼까하고 생각했다가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MIT공대 연구원이 알려준 방법은 바닥에 드러누워 팔과 다리를 최대한 뻗어야 충격이 완화된다고 한다. 몸무게를 신체 모든 면적에 분산시키는 것인데 사람이 많으면 기마자세로 무릎과 허리를 구부리면 관절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눈높이이를 맞춰주는 부모들이다.
'저의 일곱 살 아들 오웬의 질문이에요. 전 세계를 1.8미터 높이의 눈으로 덮으려면 얼마나 많은 눈송이가 있어야 할까요? 왜 1.8미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물었어요.' -제드 스콧-
이 질문의 핵심은 눈송이보다 '왜 1.8미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물었어요'다. 세상에 이리 다정한 부모님이라니. 오웬은 보지 않아도 함박 웃음 띈 행복한 아이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성인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무엇보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이리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우가 또 있나 싶다. 괜히 밀리언셀러에 오른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