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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가 자라 서툰 어른이 되었습니다
포슈 지음, 김진아 옮김 / 페이퍼버드 / 2023년 4월
평점 :
심리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몇 가지 패턴을 보인다. 학문적인 연구를 한 책들은 서구권 책들이 많았고, 마음 관리와 심리 상담치료를 주제로 한 책들은 중국과 일본의 심리 상담 전문가의 책들이 제법 많다. 우리나라 책은 몇 명의 유명 의사와 학자책들인 것에 비하면 외국의 책들은 양부터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도 심리 상담을 위한 병원이나 상담소 문턱이 이전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좀 더 일상에 스며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읽은 <착한 아이가 자라 서툰 어른이 되었습니다>는 정신과 클리닉에 병설된 상담 센터에서 일한 심리상담사 포슈의 책이다. 수개월을 대기해야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38가지 주제 대부분 누구나 한 번 정도 고민해 본 사안들이고 저자의 해법이 참으로 따뜻해서이다.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하고 아이 키우다 보면 늘그막에 철이 들기도 하면서 매사에 적당히 둔해지고 둥글둥글 해진다. 이 책이 주는 해법 중 일부는 이미 체감한 것이 많아서 저자의 말이 얼마나 배려심 깊은지 더욱 잘 알겠다. 한편으로는 내가 한참 혈기왕성하고 어깨가 무거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인생살이 해법을 좀 더 빨리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책을 읽는 혜택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내가 직접 부딪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책에서 크게 깨달음을 얻은 지혜라고 하더라도 자꾸만 잊게 된다. 그럴 때 책을 읽게 되면 그 당시 깨달음이 다시금 우리의 의식 속에서 기지개를 편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의 부제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자기 긍정의 심리학'이라고 적혀 있다. 문장구조만 보면 '오직 당신만을 위한'이 수식어이고 '자기 긍정의 심리학'이 키워드 같으나, 책을 읽다 보면 '오직 당신만을 위한 '에 더 무게감이 실린다.
이 책은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대해 모두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우리의 '과거'에서 찾는다. 과거에서 찾다 보니 우리의 부모님의 서툰 양육법과 자꾸만 만나게 된다. 그로 인해 작고 연약할 때 우리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기제로 인해 오늘 우리가 '서툰 어른'으로 살 수밖에 없다고 도닥거려 준다.
남 탓만 하는 사람도 있으나 내 탓이라고 자신을 책망하는 사람도 많다. 저자는 세상에는 '당신 때문이 아닌' 일이 많다며 그동안 애썼다며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저자가 내담자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 준 문구가 있다.
"그렇지만 일대일 상담과는 달리, 한 번에 많은 이들에게 말을 전할 수 있기에 생기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그 말에 편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제까지 노력한 것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괴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곁이 있는 바람에 고생하거나, 혼자서 애를 써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경우, '그럼 어쩌라는 거야?'하고 오히려 화가 날 수도 있을 거예요.
이처럼 누군가에게 있어 구원처럼 들리는 말이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괴로운 상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정답이다'라고 단정 짓는 말은 트위터에서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지요.
무엇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상황과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가진 아주 오래된 착각을 바로잡아주고, 타인에게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나의 인생을 살라고 말해 주면서, 앞으로는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져보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인정해 주고 충분히 행복해질 자격이 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나 스스로를 돌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긍정의 심리학이 싹 틀 것이라고 격려해 준다.
38가지 심리 솔루션 중 몇 가지만 언급해 보자.
칭찬을 받아도 기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칭찬의 포인트가 벗어나서,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린 시절 부모님께 지적받은 부분을 칭찬받아서이지 그 사람들이 이상해서가 아니다. 칭찬받으면 의심이 가고 납득이 안되어도 '칭찬받았다'라는 사실만 받아들이고 '고맙다'라고 말해보도록 하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노력해도 인간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 경우는 처음부터 엇나가서이다. 남에게 기대면 안 된다, 남을 믿지 않는 게 좋다, 나약해지면 안 된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 마라 등이 어긋난 생각이다. 어린 시절에는 주변에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을지 모른다. 당신 주변에 '우연히 기댈 수 없는 사람들'만 있었을 뿐, 세상에는 '기대도 괜찮은 사람들', '날 의지하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사고가 나를 괴롭히는 말버릇이 되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다 옛날 일이야!'라고 말을 덧붙여 보자. 그러면 과거에 부정적인 말로 심어진 착각의 영향은 점점 작아질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건, 어쩌면 과거에 상처받은 경험으로부터 '이제 남은 안 믿는 게 낫다'라고 마음에 브레이크가 걸려있어서 일지 모른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은 과거에 당신에게 상처를 준 '그 사람'과는 다를지 모른다.
착한 아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어릴 때 필요했던 착한 아이라는 기술이 당신을 괴롭힌다면 어른이 된 지금의 당신은 '이제 그 기술을 쓰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를 다룰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스트레스 해소법이 맞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혹은 '뒹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일반적으로 '좋다'라고 여겨지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부탁을 들어줄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가 아니다. 어떤 이유로 움직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후회가 남기 쉬운 것은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선택이다.
상대방 감정에는 민감하지만 자신의 마음에는 둔감한 사람이 있다. 상대방 입장에 서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어떤 행동을 할 때 '상대방'을 주어로 삼는다. 이 주어를 '나 자신'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할 수 있게 된다. 평소처럼 상대방을 우선으로 생각한 후, 마지막에 반드시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꼭 생각하자.
용기를 내서 누군가에게 '쉬고 싶다' '괴롭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을 때 간혹 "그런 건 빨리 말해야지", "왜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참았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 괴롭고 슬프기도 하고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것에 억울함과 짜증을 느낄 때도 있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버티면서 혼자 참아왔던 사람들이다. 즉,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여기까지 버티는 선택지밖에 없어서 였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참 애썼다고 스스로를 칭찬하자.
*서평용으로 받은 책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