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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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글로 번역할 때는 '우주'하나의 단어만 사용되지만 영어로는 space, universe, cosmos 가 있다. 가장 넓은 의미의 우주가 cosmos인데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출처: 네이버)

o 우주 universe

우주란 행성, 별, 은하계 그리고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시공간과 그 내용물 모두를 통틀어 이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주에 해당한다.

o 코스모스 cosmos

Chaos에 대해 질서 정연한 체계로서의 우주로 철학적 사유가 들어 있는 관념적 우주를 말한다. 우주를 질서있고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우주관이라고도 할 수있다.


책의 제목 답게 '코스모스'는 천문학만 다루고 있지 않다. ​

고등학교때 배운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뿐 아니라, 여러 책을 통해 접한 과학자들, 우주관련 책들을 다 떠올리게 한다. 고대 그리스 시절 철학자, 수학자, 과학자가 같은 사람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학문의 기원을 다루는 데서 시작하는 책이다 보니 전 전체적으로 철학과 과학이 한데 얽혀 있다.

이 책은 두께가 엄청나다. 왠만한 책 2~3배 두께다. 언젠가 읽어야지 했다가 책 읽는 탄력 받는 요즘, 호기롭게 도전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읽었는데 역시 시간이 제법 걸렸다. 각 챕터별로 연결고리가 크기 않아 이렇게 조금씩 읽는 방식이 불편함은 없었지만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 우주의 기원, 생명의 기원, 철학에서 시작하여 논리적 사고와 증명을 통해 과학으로 정리되는 일련의 흐름을 느낄 수 가 있어서 역시 책은 한번에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생명의 기원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긴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우주의 기원까지 언급하기는 내 상상력도 지식도 부족하다. 칼 세이건이 책 구석구석에서 언급했으며, 마지막 챕터에서 그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사라져버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다.

생물학에서는 반복설이라는 것이 있다. 개체 하나의 발생 과정이 해당 종이 겪어 온 진화의 전 과정을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칸 세이건은 개개인의 지적 성숙과정에서도 반복설이 성립한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조상들이 해 온 사고의 과정들을 되풀이하면서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해 간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사고의 과정을 되풀이하면서도 인류의 진화, 지적인 진화를 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문자'로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고대 지식의 보고였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사라짐을 상당히 애통해 했다. 오죽하면 악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되고 히파티아의 죽음이 있었던 기원후 약 400년 시기부터 콜럼버스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등장한 1500년도 사이를 '인류의 잃어버린 기회'라고 부를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어쩌면 '고대 철학'에서 '초기 과학'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상징물일 수도 있다. 도서관의 붕괴가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이후 종교의 득세로 과학이 움츠려들고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었던 시대적 흐름이 아쉬웠겠지.


* 히파티아는 신플라톤 학파의 위대한 수학자, 천문학자, 물리학자로,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거침없이 활동한 뛰어난 학자였다. 그 시대는 여성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소유물로 취급되었지만, 워낙 뛰어난 학자였기 때문에 많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히파티아는 이교도 과학과 학문의 상징이라 여긴 초기 기독교의 눈밖에 나서 죽임을 당했고, 이는 학문의 중심이었던 알랙산드리아가 사라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고대나 중세 시대에 여성 중 현재 이름이라도 알려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학자로써 말이다. 어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길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도 등장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아테네 학당 그림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언젠가 히파티아를 다룬 책이 있다면 따로 읽어 보고 싶다.

왼쪽 하단에 서있는 흰옷 입은 사람이 히파티아

이런 시기를 거쳐서 인류의 사고가 드디어 반복설에 힘입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게 된 덕분인지 ch3에서 케플러와 뉴튼에 대해 짧게나마 쓴 그들의 행보는 재미있었다. 학창시절 케플러의 법칙, 뉴턴의 법칙을 배우긴 했으나 이 법칙이 왜 나왔는지, 이를 발견한 과학자들의 생애는 배울 수 없었다.

더욱이 케플러와 뉴턴의 연결고리라니..

케플러 법칙은 튀코브라헤가 모아온 관측 결과에 그 바탕을 두고 있는 경험 법칙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간단한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가능한 이론법칙이다. 뉴턴의 천재성은 말해 입아프겠지만 뉴턴의 법칙이 케플러의 법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으니 사람은 죽어도 지성은 수명을 연장해 가는 거 같다.

* 그런데.. 뉴턴은 알수록 신기한 인물이다. 점성술 책을 읽다가 삼각법이 나와, 삼각법 책을 읽고, 이해가 안가서 기하학 책을 읽고 그러다가 발명한 것이 미적분인데 이 때가 20대 초반. 그리고 뉴턴은 나이가 들어서도 지력이 떨어지지 않고 쉬지를 않고 뇌를 사용한 대표적 인물로, 수학의 미해결 과제인 최속강하선 문제를 변분법이라는 새로운 발명으로 문제를 해결한 후 익명으로 답을 보냈다. 이를 베르누이가 답을 보고 "발톱자국을 보아하니 사자가 한 일이라.'"라고 했다고 한다. 이때가 55세...

고등학교 시절, 이과를 선택한 경우 중에서도 고1말에 과학과목을 선택할 때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은 극히 드물었다. 여학생은 더 그 숫자가 작아서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12개 반 중 단 한개 반만이 '물리+화학'을 선택했고 나머지 반은 생물, 화학, 지구과학이 적절하게 조합되어 있었다.

나야 수학을 좋아했으니 물리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고 무엇보다 귀찮게 외울게 없어서 외려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했다. 개념만 이해하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한게 어디 있겠는가, 반면 대다수 친구들이 물리를 어려워 해서 애시당초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재미있게도 '물리+화학'을 선택으로 한 반은 이과반 성적우수자가 다 몰려 전교등수=반등수인 일종의 특수반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물리를 선택한 아이들 특징이 수학을 잘했고 여학생 중 수학을 잘하는 경우 다른 과목도 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물리공식 하나 알려주는 것보다 과학자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환경과 계기로 저런 이론을 탄생시켰는지 알려줬다면 수학과 물리를 지긋지긋해 하던 내 친구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물리에 대해 흥미를 가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재미를 느낄 틈도 없이 '물리는 어렵다'로 인식되어 공부할 즐거움을 애시당초 놓친 친구들도 많았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 코스모스를 펼쳤을 때는, 이 두꺼운 책 전체가 우주에 대한 이야기 겠지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책 속에 등장하는 지식과 정보보다 '세상에 보이는 이 모든 것'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나도 함께 하게 된다.

ps

션은 코스모스를 과학책이 아닌 인문학책이라고 나에게 소개 했는데, 읽어보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 최근 션은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션이 가장 흥미로와 하는 부분은 우주에 신기하면서 말도 안되는 현상들이 많은데 (예로 중성자가 찌끄러지는) 그걸 증명하는 건 중학교 수준의 수학이면 된다는 거다.

그러면서 천체에 대해 점점 흥미가 생겼다고 해서 이제 그만 새로운것에 대해 흥미를 가지라고 하니, 내용을 설명해 주는데 그 정체는 물리였다. 역시 철학, 수학, 물리는 모든 학문의 뿌리인 것 같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13720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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