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를 뒤흔든 금융 이야기
왕웨이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금융박물관 이사장이자 경영대학원 개원교수 왕웨이가 지은 책으로, 제목도 <금융이야기>이다 보니 [화폐전쟁]을 떠올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분위기가 다른 책이었다.

<금융이야기>는 중국 역사를 포함한 세계사를 어느 정도 꿰고 있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는 어릴 때 부터 재미있게 읽은 영역인데... 한동안 등한시 한 탓에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았고 특히 중국사에 대해서는 그 깊이가 얄팍하다 보니 <금융이야기>를 읽을 때 나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저자는 인류의 큰 역사적 흐름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역사와 결부해서)에 따라 금융, 엄밀히 말하면 문자그대로 '돈'의 역사를 함께 해석해 주고 있는데 내가 그 내용을 충분히 못 쫓아간 것이다.

거기다 업무적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써야 하는 기간에 하필 이 책을 고른 탓에 따로 책읽을 시간이 없어 10분, 20분 정도 짬나는 짜투리 시간에 읽다 보니 책 전체적인 맥이 자꾸 끊어졌다. 이럴 땐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역시 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저자는 금융박물관 이사장이면서 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보니, 서론과 부록에서 금융사에 대한 본인의 포부나 중국에서 금융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는데 본문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 하면, 본문과 상관없는 갑작스런 전환이 책의 서두와 말미에 있어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재미있게 읽은 건 사실이다. 책 전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도입부에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나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화나 민족 이데올로기의 색체가 자주 가미된다. 그러나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원해 주는 <돈>이라는 하나의 중요한 요서는 최대한 감추려 한다. 돈은 교환의 도구로서 모든 물품으로 바꿀 수 있었고, 심지어 명예까지도 얻을 수 있는 도구였다. 만약 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면 이야기나 위인은 천우신조나 능력은 사라져 버리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서 돈과 밀접했던 인물이나 이야기일수록 역사에서 돈과 거리를 두려고 유달리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문장 하나로 금융이야기를 저술한 저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역사를 논할때 '특정 테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색다른 시각으로 푼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한 테마의 대부분은 역사의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아 바뀔 수 밖에 없는 '결과론적인 해석'을 주로 하고 있는 반면, 금융이야기에서는 '돈'역사의 주체로 두고 썰을 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제1부 세계 금융의 역사와 제2부 중국 금융의 역사에서 이렇게 '돈'을 중심에 놓고 이를 누가, 왜 컨트럴 하느냐를 설명해 주는 데 그 시각이 재미있었다.

나의 본업인 IT컨설팅의 세월도 벌써 26해 정도 된거 같다. 시작은 IBM 컨설턴트 였지만 지금은 내가 주도한 계약을 해서 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 일의 성격은 바뀐게 없지만 일종의 '신분'이 바뀐 셈이다. 나와 입사를 비슷하게 시작한 동료 중 일부는 현재 IBM에서 상무/전무가 되어 있기도 하고, 임원은 골치아프고 성미에 맞지 않는다며 적정 수준에서 진급을 stop 한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퇴직한 경우도 많다.

나도 한때는 '회사를 나오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성향상 여전히 조직 내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 내 모습은 어느 정도 그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절친 동료와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이 동료가 "대기업 임원은 명예직이야, 골치 아픈 명예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적당한 돈을 버는게 더 낫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들었던 '명예'가 무엇일까를 곰씹어 봤던 거 같다.

이 무렵 조직에서 호령을 했던 분들이 은퇴를 시작했고 은퇴 후 모습은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도 뜨음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유한성'에 대해 자연스래 접하게 된 셈이다.

<금융이야기>를 읽으며 엉뚱하게도 이렇게 잊었던 직장인의 권력, 명예, 돈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본거 같다. 역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영웅이나 위인은 아니지만 일반 소시민에게도 나름의 같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고대로마를 거쳐 유럽의 근/현대 역사를 훑으며 인류의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이 진짜 금융이야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며 내가 살아갈 '나의 남은 날들'이 될 것이다. 계급이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돈'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계급 사회를 구분하는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끔 농담삼아 '생계형이 되어 버려서 은퇴하고픈 시기가 점점 늦춰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또 한번 내 남은 IT생활에서 내가 뭘 추구하는 가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은퇴 후 나의 생활도 생각해 본 기회가 됐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428257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