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왜 이리 책이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열심히 책만 파고 있는 건 아니다.

눈이 아플때, 그리고 머리 식히고 싶을 때 아주 잠깐씩 책 펼쳐서 몇 페이지 읽는 수준이다.

이 열두 발자국은 정재승 교수가 쓴 책으로 <강연>스크립트 모음집이라고 해야 겠다. 언제부터인가 각 영역의 전문가들이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눈높이로 한 많은 강연이 생겼었다.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인데 그 덕분에 막연히 어려운 줄 알았던 특정 분야에 대한 문턱이 낮아진 느낌도 들고, 관심 없었던 분야에 대한 흥미도 생기게 했던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기회가 별로 없어서 따로 북클럽이나 특정 모임을 찾아갔어야 했다. 물론 남들보다는 두둑한 배짱이 있어야 했고.

나도 몇가지 추억 아닌 추억이 있는데, 아주 오래 전 프로젝트를 하던 건물 옆 건물에서, 교보문고로 기억하는데 매월 책을 선정해서 저자와 함께 토론하는 그런 모임을 진행했다. 고맙게도 참가자는 그 누구라도 상관이 없어서 나도 신청을 하고 꼬박꼬박 참석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했었는데 월 1회 정도라 부담없었고 샌드위치를 포함한 다과도 제공해줬고, 책도 나눠줬다. 참석하면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헤어졌는데 생각보다 활발한 토론을 하기에는 서로 쑥쓰러움도 있었던 거 같다. 아마도 사회문화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무료 행사였을 텐데 돌이켜 보면 나름 좋은 기억이었다.

그후 각종 강연이나 토론장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기회 갖기가 여의치 않다가 TV에서 경쟁적으로 강연 프로그램이 생겨 TV는 잘 보지 않으면서도 요런 프로그램은 한동안 챙겨보곤 했던 거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해 주면 호기심이 생겨 좋았고, 아는 이야기를 하면 반가워서 좋았다.

이 책은 강연을 귀가 아닌 눈으로 듣게 구성이 되어있다. 과학자는 왠지 딱딱하고 고지식하다는 선입견을 깨준 동글동하고 푸근한 인상을 가지면서 귀여운 말투로 재치까지 겸비한 정재승 교수가 했던 강의라 읽는 내내 즐거웠다.

열두발자국은 12개 강의로 구성 되어 있다. 전체 이야기가 다 재미있고 때로는 폭소도 나왔다. 알쓸신잡으로 이미 정재승 교수의 재치 넘치는 입담은 알고 있어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반면 솔직히 말해 이 책을 간단히 요약해 봐라 하면 못하겠다. 매 에피소드 마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과 활용하면 좋겠다 싶은 문구가 가득하지만, 전반적인 책 내용 자체가 기승전결이 있거나 뚜렷한 메시지가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강연의 모음집이다 보니, 책의 내용을 한꺼번에 엮어 생각하기 보다 12개 하나하나 강연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이 책의 활용법'이지 않을까 한다.


* 프롤로그, 메인의 12가지 이야기, 그리고 부록까지 하나하나 모두 알찬 이야기가 가득해서 가끔 다시 읽어봐야 할 듯..

< 프롤로그 - 인간이라는 숲으로 난 열두 발자국 >

1부 더 나은 삶을 향한 탐험 -뇌과학에서 삶의 성찰을 얻다

첫 번째 발자국-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두 번째 발자국-결정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세 번째 발자국-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네 번째 발자국-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다섯 번째 발자국-우리 뇌도 ‘새로고침’ 할 수 있을까

여섯 번째 발자국-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2부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뇌과학에서 미래의 기회를 발견하다

일곱 번째 발자국-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여덟 번째 발자국-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아홉 번째 발자국-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열 번째 발자국-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열한 번째 발자국-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열두 번째 발자국-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부록

인터뷰 특강1 - 뇌과학자, ‘리더십’을 말하다

인터뷰 특강2 - 뇌과학자, ‘창의성’을 말하다


* 작년 초 였나, 블럭체인과 비트코인을 주제로 JTBC에서 정재승교수님과 유시민작가님 등 모시고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너무 재미있어서 두번을 봤다. 정말 단순무식하게 말해서 이과의 최고봉 문과의 최고봉현재 핫 기술에 대해 토론을 하다니 이건 누가봐도 이과 승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봤던 토론이었다.

지식이나 논리력, 언변도 필요한 주제였지만, 아무래도 순발력까지 요구되다 보니 평소 정교수님의 언변이 아쉬운 순간이 보였었다.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느낀 건 '사고의 흐름'특정 지식에 특화된 것이 아니구나였다. 인문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IT 가 어떤 모습인지 처음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는 유작가님의 '말'을 통해 얻은 경험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누구 말이 맞다 틀렸다 이전에, 통찰력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면 비록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라고 해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신기한 간접경험을 한 셈이라 '재미'를 느꼈던 거다.

* 열두 발주국에는 정교수님이 블럭체인 토론 당시 미처 전달 못한 교수님의 의중들이 언급되어 있어 좋았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0825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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