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애호가라면 '꿈에 그리던' 박스세트가 나옵니다. 아날로그 마스터테이프 복원과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쳐 탄생한 산울림 전집 박스세트입니다. '억눌려있던 젊음의 보고서'와 같았던 1집(1977)을 필두로, 20년 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던 마지막 음반 13집(1997)까지 산울림의 모든 정규앨범, 그리고 초강력 펑크(!) 동요 '개구장이' 등이 실린 동요선물 3장과 [동심의 노래] 1장 등 총 17장이 들어있습니다.
1977년 파격적인 사운드와 함께 등장한 산울림은 절망, 냉소, 허무주의 등 우리가 못다 누린 젊음을 독창적인 언어와 아름다운 노랫말로 노래했습니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같은 어두운 사이키델릭부터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같은 서정적인 포크송까지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지요. 다소 냉소적이고 어둡게 들리는 김창완의 보컬은 당시 억눌린 젊음과 청춘의 표상이었습니다.
이미 1996년 산울림 전집 8장 CD 박스세트가 지구 레코드에서 발매된 바 있지만 이번 세트만이 산울림의 음악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LP 미니어처에 232페이지 부클릿도 끌리지만 또 기대하는 것은 최초 공개되는 음원 19곡입니다. 그 가운데 다섯 곡 정도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있는 1996년 3월 카페 곰팡이 라이브 실황은 '개구장이'로서 제가 그 당시 현장에서 그 공연을 직접 봤던 터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진정 유니크한 밴드였던 산울림의 30년 음악역사를 집대성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입니다. 이번 박스세트는 [산울림 다시 듣기] 음반으로는 허전했던 산울림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할 것으로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