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시계
로렌스 샌더스 / 제일기획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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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xth Commendment를 번역한 작품이다. 천국의 시계라... 아마도 젊음을 유지시키는 세포를 말하는 듯 하다. 인간의 생로병사는 자연의 질서이고 법칙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 있다고 해도 그 질서의 체계를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곧바로 자연의 붕괴, 인간의 붕괴, 지구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죽지 않으면 태어날 수도 없다. 고인 물은 썩은 법이듯 순환하지 않는 체계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가장 기초적인 인간 생존의 법칙을 건드리려는 과학자라면 죽어 마땅하다. 그가 하려던 일은 전체 인간 모두, 아니 지구 자체를 파괴하려는 일이었다. 하느님은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다. 죽지 않는다면 천국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기독교를 믿으면서 과학을 신봉하는 서양의 이율배반적인 자태가 나타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계명 시리즈 가운데서는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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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김태정 지음 / 창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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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읽고 나면 후회를 하면서도 의무감에서 읽는다. 나도 제발 너무 재미있어서 읽게 되는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 범죄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작품을 시작했다면, 아니 치밀한 범인의 계획적 살인이 잘 진행되고 그것을 뒤쫓는 탐정의 역할에 비중을 좀 더 두었더라면, 그것도 아니라면 쓸데없는 장면을 가지치기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추리 소설을 작가의 눈에 비친 동시대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가장 좋은 장르라고 생각한다.

추리 소설을 읽으면 그 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나를 범죄를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너무 작가가 독자가 그런 사실을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주절거린다. 그런 것은 뉴스를 통해 신문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작품을 통해 더 가슴에 닿게 만드는 사람들이 작가다. 작가는 이 이야기가 자신의 꿈의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왜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었을까... 기왕 작품으로 만들었으면 잘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 작가가 빠른 전개를 나타내는 것만은 좋았다는 생각이다.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좋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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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색 흰색 푸른색
마르흐리트 더 모르 지음,장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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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그러는데, 사람이 죽으며 처음에는 모든 게 온통 회색빛이다가, 하얗게 변하고 다시 파랗게 되어 별을 향해 날아간다며?' 

조금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왜 자신은 타인에게 비밀을 간직한 존재이고 싶으면서도 타인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인간은 왜 누구도 알지 못하는 단 2년의 시간조차 비밀로 간직할 수 없는 걸까... 그것은 비밀이 아닌데도 말이다.  

마그다가 사라진 2년. 그 시간의 존재가 문제가 아니었다. 그 시간을 그녀를 아는 사람들 누구도 공유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남편도, 정부도, 친구도. 그녀의 그 시간을 궁금해하지 않는 인물은 자폐아 가브리엘뿐이다. 마그다의 2년은 가브리엘의 세상과 같은 개념 아닐까.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삼고 싶은 시간 속을 헤매고 싶은 그런 기분에 문득 빠지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우리는 한번도 없었던 것일까.  

가끔 너무 친하다는 이유로 인간은 인간을 소유하려 한다.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정부는 정부를, 부모는 아이를, 친구는 친구를, 이웃은 이웃을... 나에게만 말해줘. 그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네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디서 무얼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남편은 아내와 함께 소유하지 못한 2년을 질투하여 아내를 살해한다. 친구는 그녀의 비밀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미워한다. 이웃은 그녀를 따돌린다.

4명의 관점에서 한 여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어느 날 마그다가 아무 말 없이 남편 로베르트를 떠났다가 2년만에 돌아온다. 첫 번째 화자는 마그다의 정부이며 로베르트의 친구인 에릭이다. 그는 로베르트가 마그다를 살해한 현장을 제일 먼저 발견한다. 두 번째 화자는 로베르트다. 로베르트는 마그다가 떠난 이유를 모른다. 그 2년 동안, 아니 그는 마그다를 만나면서 점점 변해 간다.

세 번째 화자는 주인공 마그다다. 그녀는 자신으로의 여행을 한다. 2년 동안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온전한 자기만의 생활을 영위한다. 그리고 돌아와 2년간의 행적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남편 로베르트에게 살해당한다. 네 번째 화자는 에릭의 아내인 넬리와 넬리의 자폐아 아들이며 진정한 마그다의 친구인 가브리엘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씩 마그마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마그다 자신의 이야기와 종합해서 마그다의 일생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마그다는 죽어 회색이 되었다가 흰색이 되고 마침내 푸른색이 되어 별이 된 것이다. 그 별을 가브리엘은 관찰을 한다.  

나도 아마 마그다가 싫었을 것이다. 나와 같이 비밀을 공유한 사람보다 내게 어떤 비밀을 간직한 채 말하지 않는 친구는 비정상적으로 간주되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마그다가 가브리엘과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은 여자와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가브리엘... 그래서 그들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다른 존재로 인식된 것이다. 이 세계가 아닌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사는 외계인이었으니까.  

인간이 산다는 것은, 그리고 죽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인간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으로의 항해를 하는 배와 같다고 하지만 그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일상의 삶이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는 가운데 가끔 지지 거리 듯 단절되는 감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나만이 아무도 없는 행성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외로움. 그것 때문에 어디론가 무작정 탈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자신에게 남편이 있고, 애인이 있고, 친구가 있고, 이웃이 있다고 해도. 그리고 한 2년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올 수도 있다. 돌아온 이를 기다리는 것은 함께 공유하지 못한 그 시간을 질투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못 견뎌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남편이 있다고 해도. 삶이 그렇게 누군가와 함께 공유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죽음은 왜 함께 공유할 수 없는 것일까.

소유하는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근원적인 것이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소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 된다는 뜻이다. 존재 가치에 대한 문제다. 내가 소유함으로써 비로소 존재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소유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소유함을 뜻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몸과 마음과 시간과 추억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것에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진짜 빈틈이 있으면 안 되는 걸까... 만나기 전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모르던 시간들이 존재했었다. 그런 시간은 인정할 수 있는데 자신과 알던 사람의 알지 못하는 시간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율배반적 감정은 무엇일까. 인간이 진정 인간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는 개념이 가능한 것인지, 그런 불가능한 어리석음을 믿는 인간의 덧없는 몸부림이 가슴을 짠하게 만드는 조금은 어려운 작품이었다. 만약 사람들이 존재와 소유를 분리할 능력이 있다면 사람들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자유를 모르는 동물인 까닭에 그것 또한 부질없는 짓이 될 것이다.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별이 되었을지도 모를 죽어 가는 많은 이들과 죽은 이들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읽었다. 삶이 마그다의 긴 외출처럼 단순하다면, 공유나 소유나 책임과 같은 말들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무심함과 무덤덤함 같은 심심함만이 세상에 남아 인간을 더 지루하게 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마도 살인이 사랑처럼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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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모험
엘모어 레오나드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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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m Punch라는 원제의 작품이다. 여기서 럼 펀치란 오델이 바하마에서 십 몇 년 전 일으킨 실패로 끝난 납치 사건을 지칭하기도 하고 또한 바하마로 무시를 파는 일을 지칭하기도 하고, 경찰들이 자메이카 사람들을 체포할 때 쓰는 용어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이든 범죄에 관련된 말인 것은 틀림없다.

오델은 스튜어디스 재키 미스터 워커로부터 돈 심부름을 하도록 부탁한다. 그런 재키가 경찰에게 잡히고 경찰이 오델의 무기 밀매를 냄새 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키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오델 편에 서서 경찰에게 불지 않고 돈과 목숨을 챙길 것인가, 경찰 편에 서서 오델을 넘기고 감옥에 가지 않을 것인가. 여기서 시드니 셀던의 <내일을 향해>서 여 주인공이 체스를 할 때 썼던 수법을 재키가 사용한다. 양쪽에 붙어 서로를 이용하면서 돈만 가지고 도망가는 것이다.

결국 오델은 돈과 목숨을 잃고 경찰은 돈을 잃는다. 이것이 이 작품의 제목이 시사하는 재키의 마지막 모험인 것이다. 사실 이것보다는 존 그리샴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어떻게 일개 운반책이 무기 말매상을 상대해서 이길 수가 있겠는가... 그것보다는 몰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이 더 사실적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의 상세한 묘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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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로맨스 -상
로렌스 센더스 / 장원 / 199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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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에서 출판된 <연인들>과 같은 작품이다. 즉 이 작품도 로렌스샌더스의 <제 1의 대죄 : The First Deadly Sin>을 번역 출판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끔 같은 작품을 다른 이름으로 출판해 같은 책을 두 번 사게 만들기 때문에 독자들이 혼동하지 말라고 쓰는 것이다. 번역 면에서 보면 3권 짜리 <연인들>보다 이 작품이 더 낫다. 내가 제일 싫 어하는 책이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 출판한 것인데 <연인들>은 그런 생각을 갖기에 충분한 단어들이 보인다. 그리고 연도도 이 작품이 더 나중에 나온 것이니 아무래도 번역이 더 낫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 훌륭한 작품을 읽는데는 어느 책을 봐도 명성에 흠이 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제목도 <연인들>보다는 이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범인의 비뚤어진 변태적 연애 행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인 만큼 <연인들>이라는 제목은 좀 어불성설인 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2권 짜리 책이 3권 짜리 보다는 덜 위압감을 준다고 생각한다. 독자가 손을 대는데 권수가 늘어나면 더 망설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책을 읽어도 좋은 작품이니까 부디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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