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살해를 당한다. 그런데 그녀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제라 카렐라는 혼란스럽다. 이혼을 두고도 그녀의 어머니는 멍청한 딸이 이혼 당했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너무 똑똑해서 남편을 버린 거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는 당구도 잘 치고 활달한 여자였고, 어떤 사람에게는 발레를 좋아하는 고상한 여자였다. 어떤 사람은 알콜 중독자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여자라고 말한다. 어떤 말이 진실이고 그녀의 진짜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살인자는 그녀의 어떤 모습에 화가 나서 그녀를 죽인 것일까... 이것이 이 작품의 제목이 된 KILLER'S CHOICE다.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다. 뻔한 작품이지만 그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책의 매력이 반감됨은 전적으로 번역한 출판사의 편집부 때문이다. 제목을 이렇게 무책임하고 바보같이 정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원제목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든지 아니면 적당히 다른 제목을 쓸 것이지 범인이 마지막에 드러나는 추리 소설에서 범인을 제목에서 딱 집어 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것은 극장에서 미스터리 영화를 볼 때 누군가 뒤에서 범인은 바로 저자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느끼는 것과 같다. 이런 실수를 출판사에서 저지르다니... Loves music, loves to dance라는 문구로 구혼 광고를 한 뒤 응답하는 여자들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 그는 여자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껴안고 춤을 춘다. 그리고 그녀의 한 쪽 발에는 그녀가 신고 온 신발을, 나머지 한 쪽엔 그가 신긴 무도화를 남긴 채 묻어 버린다. 그에게 자신의 친구가 살해된 것을 한 다씨는 그를 찾아 구인 광고에 응하고 남자들을 만나면서 수상한 사람들을 FBI에 제보한다. 그 중에는 사기꾼, 호색한, 편집병 환자 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15년 전 무도화 살인 사건이 최초로 일어난 당시와 관련이 있는 자들이다.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누가 범인일까 생각하며 읽다가 마지막에 놀라는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처음부터 범인을 알게 되다니... 정말 이런 출판사의 무지가 슬프다.
All around town... 4살 때 사기꾼 목사 부부에게 납치되어 감금당한 채 폭행 당한 뒤 2년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온 로리는 21살까지는 잘 자랐지만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 안에 있던 다중 인격이 되살아나고 그녀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급기야 그녀는 그 다중 인격 중 하나인 레오나가 교수에게 보낸 연애 편지로 인해 교수 살해 용의자로 몰린다. 로리의 언니 새런은 정신과 의사 저스틴과 함께 그녀를 구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 사건으로 로리가 매스컴을 타게 되자 이제는 부유하고 확실한 지위의 목사가 된 유괴범은 그녀가 자신들의 이름을 말하지 못하도록 그녀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소재다. 아동 학대와 성폭행, 사기꾼 종교인... 하지만 로리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인함을 되찾는 것은 보기 좋았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뻔한 범인과 뻔한 결말이었지만 그 과정을 보는 내내 가슴 두근거리는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치밀한 전개가 아주 좋았다.
핼로윈 파티에서 마을에서 거짓말쟁이로 소문난 여자 애가 살인 사건을 목격했다고 떠들어댄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지만 그녀는 살해된다. 왜? 누가? 무엇 때문에? 그녀는 거짓말 때문에 죽었을까, 아니면 그 말이 그녀가 한 유일한 진실이었기 때문에 누군가 두려워했기 때문에 죽었을까... 아이들이 분장을 하고 남의 집에 협박(?)하러 다니는 날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어쩌면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핼로윈에 나타난 목격자, 그리고 다시 등장하는 살인자, 반복되는 상황... 언제나 핼로윈이 돌아오듯이... 도둑이 제발 저리다는 말은 특히 살인 사건에서는 맞는 말이다. 내가 저지르는 동안 누군가 목격자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내가 증거를 남기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범인은 반드시 범행 장소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말까지 생겼다. 그러니 죄를 짓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다. 거짓말쟁이까지 믿게 되는 공포심을 가지고 평생을 살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터펜스가 굴뚝 속에서 오래된 인형을 발견한 뒤 양로원으로 토미의 아줌마를 방문하는 도중 그곳에 있는 할머니에게서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그 가엾은 어린애가 당신의 아이였나요?'...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도 누군가는 기억하기 마련이고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일은 과거에 묻혀 있지만은 않는다. 그런데 여기 그 일을 파헤치려고 작정한 전직 첩보원, 탐정 출신의 극성스런 할머니가 있었으니 이제 그 일의 정체를 아는 일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터펜스에게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면, 아니 그 위험으로부터 토미가 그녀를 지킬 수 있다면...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더 잔인하다. 범인들은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그런데 그런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까.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