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6
존 딕슨 카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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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고성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방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족들은 그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반드시 살인이라는, 또는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보험 회사 직원은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살임을 입증해야 한다. 이렇게 팽팽한 대립 가운데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고 그의 등장에 맞춰 또 한번 같은 추락 사고가 발생하고 뒤이어 살인자가 유서를 쓰고 자살한 것이 발견된다. 이런 연속 살인 사건 속에서 기데온 펠은 명쾌한 답을 낼 것인가. 기데온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치고는 좀 평범한 작품이었다. 마치 방코랑이 등장했던 <해골성>이 생각나는 작품이었다. 뭐, 약간의 유머러스한 점에서 그 작품보다 이 작품이 낫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기디온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이다. 기디온 펠 박사가 등장하는 작품치고는 좀 약한 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모자 수집광 살인 사건>과 <세 개의 관>보다는 못하고 <죽은 자는 다시 깨어난다>와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특기인 밀실 살인을 보여준다. 하지만 갑자기 작가가 드라마틱한 구성이라든가, 안 어울리게 로맨틱한 면을 보여주려 했는지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었다. 아마도 배경이 스코틀랜드 고성이라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일까? 하지만 같은 고성인 라인 강변의 <해골성>에서는 그런 면을 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스코틀랜드라는 배경의 영향을 작품에 나타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라는 투로 쓴 작품 같다. 빨리 작가의 더 나은 작품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단편으로 실린 코넬 울리치의 <죽음의 무도>는 다른 단편집에도 실려 있는 작품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작품이다. 딕슨 카의 단편도 많은데 하필이면 다른 작가의 작품을 끼워 넣다니... 끼워 넣으려면 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성의를 보이던가... 이래저래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읽기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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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신부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8
얼 스탠리 가드너 지음, 장백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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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의 로맨틱한 면이나 드라마틱한 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도 좋아할 만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페리 메이슨 시리즈. 재미있는 시리즈다. 변호사 이야기를 쓰는 존 그리샴의 작품보다 훨 낫다. 하지만 독자들은 별로인 모양이다. 그리 선호도가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얼 스탠리 가드너의 페리 메이슨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작품으로 원제목은 <The Case of the Curious Bride>로 1934년 출판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에 속한다고 하지만 읽어본 결과 차라리 <말더듬이 주교>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남편의 실종을 병사로 처리하고 재혼한 여자가 어느 날 전남편이 나타나 중혼죄를 저지를 위기에 처하자 페리 메이슨을 찾아오고 공교롭게도 그녀의 전남편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자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페리 메이슨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는 이야기다. 페리 메이슨을 찾아온 한 기묘한 여인.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친구 이야기인 냥 꺼내지만 거짓말을 싫어하는 페리 메이슨은 상담을 거절하고 여자는 당황해서 가방을 두고 도망가듯 나가 버린다. 하지만 뒤늦게 여자의 곤경을 안 페리 메이슨은 사건에 뛰어들어 결국은 여자를 구한다. 

페리 메이슨은 환상 속의 변호사다. 그는 어려운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만을 변호하고 승소하기 어려운 사건만을 맡아 승소한다. 이런 변호사는 누구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델이다. 그러므로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변호사다. 변호사란 의뢰인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변호사가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찾는 것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서이지 사회의 정의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다.  

페리 메이슨도 그런 입장에서 싸우지만 그의 의뢰인은 언제나 피해자일 뿐 진정한 가해자는 아니다. 함정에 빠지고 모함에 빠지고 누군가가 교묘하게 설치한 덫에 빠진 가련하고 힘없는 이들, 대부분 여자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또한 의뢰인이 의뢰를 철회한다 해도 의뢰인을 보호하려 한다. 의뢰인이 자신을 배신해도 의뢰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도 미국이라는 나라에는 안 어울리는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소 허황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해도.

변호사 페리 메이슨, 그의 직관력이 뛰어난 비서, 아래층의 사립 탐정이 한 조를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 시리즈는 언제나 마지막 장면이 다음 작품을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의뢰인이 들어오는 영화 같은, 아니 텔레비전 시리즈 예고편처럼. 그래서 시리즈 전체가 문고판이라도 좋으니 나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참 드문드문 나오고, 그래도 동서가 제법 출판해 주어 감지덕지 하고 있다. 좀 더 출판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이 작품, 이 시리즈의 매력에 빠졌으면 하는 바람도 아울러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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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탐구 메피스토(Mephisto) 12
필립 커 지음, 임종기 옮김 / 책세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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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요망 :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읽고 이 책을 읽으시길 독자들께 당부 드립니다. 이 책에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데 저자의 실수인지, 역자의 실수인지 친절하게 각주를 달아 범인까지 상세히 알려주고 있으니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은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을 먼저 읽으시고 이 책을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은 처음 접한 순간 책 두께로 나를 질리게 만들었고, 내용 속에 심하게 철학적 문구들이 많이 등장해 읽는 내내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다 읽었다. 내가 대견스럽다. 롬브로소 프로그램, VMN형 인간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반 VMN형 인간, 사형제도 대신 도입되는 코마형, 그리고 많이 나열되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에서의 인용 문구들.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한 말들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2013년이라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지금 구성된공동체가 된 영국에서 범죄 예방 차원에서 롬브로소라는 프로그램을 수행한다. 그 프로그램은 뇌를 연구해서 VMN형과 반 VMN형으로 나누는 것인데 반 VMN형으로 선별된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 타입으로 규정되어 국가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각각의 다른 이름이 부여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자신이 반 VMN이라는 것을 알게 된 코드명 비트겐슈타인이라는 남자가 다른 반 VMN 남자들만을 연쇄 살인하고 그것을 경찰이 잡으려 한다는 필립 K. 딕의 <마이너리티리포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반 VMN형 인간으로 낙인 찍혀 자신의 이름 대신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은 사나이가 자신과 같은 인간들을 연쇄 살인하는 이 작품은 철학적 탐구가 자살이라는 니체의 말로 귀결되는 듯싶다. '나는 살인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것은 살인자가 자살 대신 선택한 또 다른 자살의 방법이었다. 살인을 한다는 것은 인간을 죽인다는 뜻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바로 신의 부산물이자 신 그 자체다. 그러므로 살인을 한다는 것은 신을 죽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니체가 말했듯이 이미 신은 죽었다. 죽은 신을 또 다시 죽일 수가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내 살인은 정당하다. 이것이 살인자의 궤변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사회가 공공의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저지르는 것이 결국 또 다른 집단 살인이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다. 인간의 뇌를 분석해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권력이 저지르는 폭력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연쇄 살인범의 만행과 그가 반 VMN이라는 점을 보여주며 비교하게 만드는데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뿐이다. 우린 지금 빅 브라더의 감시로의 길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 이미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일들은 일어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 어떻게 단정할 수 있겠는가. 정말 인간은 신의 영역을 넘보다 과학에 의해 멸종 당하고 말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살인자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이 평범한 시민이라 생각하고 자발적으로 이런 일에 참여했는데 잠재적 살인자로 낙인찍히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 뒤 남자는 자신과 같이 분류된 사람들을 한 명씩 살해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잠재적 살인자들이므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살인자, 잠재적 살인자도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아무도 피해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도 주인공은 결국 살인자이고 국가 권력이다. 진짜 피해를 입는 살해당하는 자, 권력에 의해 핍박받는 자들에게는 어떤 스포트라이트도 비춰지지 않는다. 철학은 탐구해서 무얼 할 것이며 바뀌지 않을 것을 알면서 부르짖으면 무엇할 것인가. 

이것이 철학적 탐구의 의미인가. 결국 자살이 자신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수단이라 살인을 한다고 정당화한다면 알리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대다수 무명씨들의 삶은 무가치한 것이라는. 마지막에 제이크가 느끼는 연민은 무엇인가. 코마형? 나는 물론 사형 반대론자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가 또 다른 살인을 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지 범죄자, 사형을 언도 받아 마땅한 인간 이하의 것들을 동정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죽이지 않았다면 잘 살았을 무명씨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목소리 큰 사람만이 잘 살 수 있고,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지금이 영원하다면, 물론 영원하겠지만 이 작품은 말장난일 뿐이고 그럴싸한 제목만 붙여진 잘 팔릴 책일 뿐이다. 철학을 팔아서. 

나는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을 읽었다. 작가가 왜 이 작품에 그렇게 많은 철학을 남발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공감하는 부분은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아름에 대한 언급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이 생각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가 아니라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는 것이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 것이다'라는 영화 <황산벌>에서의 대사.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인간에게 철학적 탐구란 또 다른 이름 남기기일 뿐이고 그것은 정치인들의 롬브로소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때는 인간이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추리 소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작품을 읽는 나도 고통을 즐기려는 잠재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니. 끝없는 인간 존재의 증명이 철학적 탐구의 본질이다. 하지만 보잘것없는 인간이라는 종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일일까. 이런 말을 한다면 중요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물을 지 모른다. 존재가 존재로 끝나지 않고 증명을 거쳐야 한다는 것, 이것이 서양 철학의 문제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모래사장, 그 중 하나의 모래사장 속의 단 한 알의 작은 모래알인 인간. 이것이 과연 증명의 대상이 될 필요가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읽었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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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 커튼 뒤의 비밀 세계추리베스트 19
얼 데어 비거스 지음, 김문유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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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이 등장하는 세 번째 작품으로 원제목은 <Behind That Curtain>으로 1928년 작품이다. 평론가 정태원은 작가 최고의 찰리 챈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여섯 작품을 모두 읽어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나온 작품 가운데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든다. 

영국의 은퇴한 경감이 샌프란시스코에 나타난다. 그리고 신문사 기자는 그와 찰리 챈의 대담을 신문에 실으려 그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찰리 챈은 하와이로 돌아가는데 세 주일이 지체된다. 그 경감이 쫓던 십 몇 년이 지난 한 여자의 실종 사건으로 인해 경감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감이 자신이 놓은 덫으로 인해. 그래서 찰리 챈은 이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과연 과거라는 커튼 뒤에 있는 비밀는 무엇일까. 그 비밀이 폭로되면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왜냐하면 그가 범인이기 때문이다. 마치 포아로가 등장하는 아가사 크리스티 작품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마지막에 찰리 챈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건의 해결 경위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번역된 세 작품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점점 찰리 챈의 매력이 드러나는 것 같다.  

예전에 한 여인이 인도의 변방에서 실종된다. 그 여인 이브 듀란트는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를 알 수 없지만 한 초로의 영국 경찰이 그녀를 은퇴 후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는 결정적 단서를 찾았다고 하던 순간 살해된다. 그 자리에는 예전 이브 듀란트를 알던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인가. 노 경찰의 입을 막은 자는.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찰리 챈은 열 한번째로 태어난 아들과의 만남을 잠시 미루고 이 사건을 조사한다. 조사하면서 한 여자의 실종은 세 여자의 살종 사건으로 늘어나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게 된다. 과연 이 작품에서 그렇게 찾아 헤맨 ‘이브 듀런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그 커튼 뒤에 가리워진 비밀은? 전대미문의 중국 탐정의 매력에 한번 흠뻑 빠지게 되실 것이다. 한 개인이 친 커튼 뒤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인가.

이 작품은 두 번째 작품인 <중국 앵무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 사건을 해결하고 돌아가려다 사건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작품에서 찰리 챈의 사촌 이름을 챈 키림으로 바꿔 번역한 것과 조잡했던 삽화와 그림이 없어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옥의 티가 눈에 띈다. 찰리 챈이 경극을 구경하는 장면에서의 표현. 이것은 아마도 작가의 중국에 대한 서양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무지가 그대로 들어 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얼마에도 이런 얼토당토않은 영화도 있었으니까. 토니 륭 주연의. 경극은 남자만 배우로 출현할 수 있는 중국 고유의 연극이다. 그러니 남자 배우, 여자 배우가 아닌 남자 역을 맡은 배우, 여자 역을 맡은 배우라고 쓰였어야 한다. 그걸 중국인인 찰리 챈이 몰랐을 리는 없으니 작가의 무지이리라. 아니면 또 번역의 미흡은 아닐 테지. 

지금까지 읽어본 찰리 챈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다. 마치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가 등장하는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비밀의 여인의 등장. 집념의 경찰. 그리고 그 경찰의 죽음이 찰리 챈의 앞에서 일어나 찰리 챈이 수사를 하게 되는 멋진 작품이다. 지금까지 세 작품의 찰리 챈이 등장하는 얼 데어 비거스의 작품이 출판되었다. 첫 번째 작품 <열쇠 없는 집>, 두 번째 작품인 <중국 앵무새>, 그리고 이 작품. 작가가 간혹 중국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을 빼면 그 당시 동양인에 대해 전략적이었는지는 몰라도 꽤 우호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찰리 챈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멋지게 포장을 하니 말이다. 그것은 중국에 대한 포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놓치면 후회할 만한 작품이다.

작품 자체만 보면 좋은 작품이다. 짜임새도 있고 흡입력도 다른 두 편보다 뛰어나고. 그래도 작가가 약게 중국 탐정이라는 특이함으로 입신양명하려 했던 것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제발 6편밖에 안 되는 작품이나 다섯 편으로 끝내지 말기를 다시 한번 출판사에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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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내가 한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3
미키 스필레인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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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I, The Jury>로 미키 스필레인은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혹평을 받는 시리즈가 또한 마이크 해머 시리즈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극히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소설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1950년대 전쟁 직후 미국인들은 이런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또한 이 작품은 페이퍼백이라는 책의 형태를 극대화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페이버백으로 읽기 적당한 소설이라는 뜻이다. 

법이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그것을 잘 아는 사립 탐정 마이크 해머는 자신이 변호사만 잘 고용하면 풀려날 죄질이 나쁜 자들은 손수 손을 보는 남자다. 그런 남자에게 감히 도전장을 일으킨 살인자가 있었으니 마이크 해머의 친구이자 전우로 그를 위해 한쪽 팔을 희생한 친구를 살해한 것이다. 마이크 해머는 경찰에게 살인자는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겠다고 공포를 하고 범인을 추적한다. 경찰은 그를 따라다니면 공조도 하고 저지도 하는데 계속 살인 사건은 발생하고 사건은 점점 거대한 매춘과 마약 조직의 연관성을 나타내는데.  

미키 스필레인의 처녀작이자 대단한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다. 하지만 작품성은 없다. 사립 탐정의 정의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적절한 에로티시즘이 믹스된 잘 만들어진 대중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보고 '그래, 심판은 네가 해라'라고 말해 주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이런 인물 한 명쯤은 사회에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 그대로 친구의 죽음을 위해 범인에게 심판은 내가 한다고 선전포고하고 직접 범인을 잡으러 다니는 사립 탐정 마이크 해머.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짧은 분량이고 책을 몇 장만 읽어도 범인은 눈에 보이는데 자기 잘 낫 맛에 살고 주먹만 앞서는 사립 탐정 마이크에게만 안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끝에 가서는 인정 사정없이 자신의 말을 실행한다. 대단한 작품은 아니다. 같은 하드보일드 작품이라도 사립 탐정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너무 거창하게 나오면 그것 자체가 반감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아주 혹평을 받을 만한 작품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수록된 <죽음의 장신구>는 미쓰 마플을 연상시키는 할머니 탐정이 등장하는 작품이니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 작품은 작가의 할머니 탐정 워더린 부인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한 남자의 죽음과 그에 얽힌 죽음의 장신구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베투리의 독이 든 장신구라는 것이 진짜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이 작품은 2,30년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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