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님의 붉은 혀 1 - 모험개시
우요스케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가면속의 수수께끼』에 비할까만은 기호와 재미를 만족시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공원에서 아이들이나 즐겁게 해주며 최고의 삐에로가 되겠다던 주인공은
어느 날 사라진 애인 리카가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지대에 있는 사원에서
아시아를 석권하고 있는 괴종교 집단인 한 교단의 여교주라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달려가서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컬트^^하면서도(컬트 종교 집단을 다루고 있어서가 아니라^^;;) 꽤 웃기다.
개그컷이나 일반 컷에서도 장면 연출이 꽤 인상적이면서도 재밌었다.
예를 들면 삐에로의 공중 묘기를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표정과 구도는
만화의 힘이 십분발휘되는 장면이랄까.
또한 일반적인 삽화체와 개그 컷이 오가는 도중에
한번 씩 등장하는 점묘화법 스타일 삽화와 판화 스타일의 삽화는
피안도에서 잠깐씩 보여줬던 임팩트 강했던 그림들 보다 한수 위다.
힌두 신화를 만화적 스타일로 재창조해낸 이미지들도
개성적이면서 대표적인 캐릭터가 잘 살아난 듯 보인다.

『쿠니미츠의 정치』를 보면 퀭한 얼굴로 항아리를 들고 다니는 이색 광신교 집단이 나오는데,
여신님의 붉은 혀에서는 혀를 허리까지 늘여뜨린 광신도들이 등장한다.
여신님을 환영하는 표현은 이 긴 혀를 휘두르거나 손을 잡듯 서로 비비대는데,
이거야 말로 만화를 보는 이를 기겁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혀를 내어갖고 몇초만 있어도 침이 질질 흘를 것 같은 불편함이 드는데,
이 만화는 혀를 집어내어 휘두르는 장면이 연이어 이어지니
보는 것만으로 굉장히 불편하며 더러운 느낌까지 함께 제공한다.
특히 2권 마지막의 자질 테스트 장면은 프리메이슨에 전혀 꿀리지 않을정도의 박력이 있다.

그럼에도 이 만화를 재밌게 볼 수 있는 것은
납치된 것으로 보이던 리카가
파르바티, 두르가, 칼리의 세 모습으로 인격이 변한다는 설정이 추가 되면서
힌두 신화와 판타지, 그리고 오락과 서사의 요소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하겠다.
신화의 용어들만 버무려된 셀 수 없는 판타지 만화들에 비하면 군계일학이다.
만화 표지가 그걸 말해주는 듯 하다.

튀는 소재와 감각으로 2권까지 흥미를 끌어왔다면 진정한 판가름은 다음권에서일 것이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한다. 『꼭두각시 서커스』처럼 장수하길 빌며.


요주의 : 이 만화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혀를 주욱 내밀게 된다. 침 흘리지 않게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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