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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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책태기를 겪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책이라길래 읽게 되었다.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의 흥미를 끌지 못할 거라는 편견은 150페이지를 넘기면서부터 '내가 뭐라고 이 책을 평가했던 걸까' 반성하게 만들었다. 

너라는 인물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달고 사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주인공은 아버지의 인생관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듯 살아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고, 살아감에 있어 겪는 숱한 경고들과 아버지와 스스로의 가치관 사이에서 희망적인 정답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쯤에 눈에 띈 한 사람을 주목하게 된다. 

똑똑한 인간은 진리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지만 진리에 맞서 싸운 걸로 알려진 한 명의 미국인, 그를 포커스로 두며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으로 과학자이자 어류 분류학자라고 했다. 지극히도 평범해 보이는 인터넷 속 그의 모습들, 그가 쓴 논문들, 어류에 대한 연구업적들 보다 더 호기심을 끌게 한 것은 그의 절판된 회고록이었는데 주인공은 어떤 이에게 27.99달러를 지급하고 이것을 손에 넣게 되었고, 알려진 세간의 이야기가 아닌 그가 직접 써 내려간 그의 일대기를 직접 다시 살펴보기 시작하며 이 책을 시작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운데 이름을 starr로 고를 만큼 별을 사랑하고, 꽃을 사랑했으며, 모험소설과 시를 즐겨 읽었던 인물은 사랑하는 형의 죽음으로 강박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던 인물이었으나 페니키스 섬에 발을 들이게 된 일과, 샌프란시스코의 지진 이후로 이야기는 점점 극으로 치닫게 된다. 

전형적인 그릿의 대표주자.
자신의 이미지를 해칠 수 있는 정보를 교묘하게 편집하거나 삭제하는 재주가 있는 인물인 그를 둘러싼 사건 사고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며 젊은 시절과 어린 시절 그의 모습의 반전인 이야기들이 펼쳐졌으며 알프스의 아오스타라는 마을의 모습을 통해 삐뚤어진 시선의 인물이 어떻게 우생학이라는 학문을 옹호하고 보급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파괴적인 힘을 갖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정답은 책을 읽다 보면 후반부에 왜 이런 제목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된 건지 쓰여 있는데 이 이야기는 책을 천천히 앞장부터 읽어야 더 와닿을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읽어보라고 설명하고 싶다. 우생학이란 학문처럼 인간의 시선은 굉장히 치우쳐진 시선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인간들 자체가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언어적 무기를 사용하는 개체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라는 단어에 대한 커다란 의미와, 인간의 오해와 잘못된 생각에 대해 많은 의문과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고, 이 책이 왜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는지 완독하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어서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올해에 이 책만큼 반전이자 페이지를 넘김에 흥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볼만큼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 책으로 꼭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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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05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굉장한 책태기를 겪으셨군요. 그래도 이 책으로 극복하신거 같아서 다행이네요~!! 도대체 물고기가 어땠길래 하는 궁금하긴 합니다 ^^

러블리땡 2022-02-07 05:39   좋아요 2 | URL
책태기 그거 좀 무섭더라구요 ㅎㅎ ㅠ 그래도 이 책은 완전 취저라 꼭 추천 후기 남기고 싶어서 쓰다 보니 책태기 조금 극복한것 같아요 ㅎㅎ

그레이스 2022-02-05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태기^^
그 시기를 넘길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니 !!!
관심이 갑니다

러블리땡 2022-02-07 05:40   좋아요 1 | URL
넵 이 책 진짜 재밌었어요 저는 진짜 극호인데 서평보면 호불호가 있긴하더라구요 ㅎㅎ 스포없이 읽는거 추천드려요 ^^
 
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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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부터 뭔가 익숙했다.
알고 보니 테마소설집 시티 픽션에서 읽었던 작가님의 글이었다. 

익숙했던 서영동, 치열한 삶의 이야기가 봄날 아빠의 글을 시작으로 다시 이야기되고 있었다.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 서울의 모든 곳이 올라가는 추세인데, 우리 집(서영동)만 오르지 않는다면 억울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집이 없는 입장에서는 계속 오르기만 하는 집값에 대해서 점점 말을 아끼게 된다. 작년에 처음 본 서영동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실들이었다. 그래서 더 무겁고 어렵고 직접적이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읽었다.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익명인 봄날 아빠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사람들의 개인적 소망들을 직접적으로 건의하는 봄날 아빠의 주장은 자신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누구든 부인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자기주장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안보미'와 '교양 있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의 주인공인 보미와 아영은 우리 MZ 시대를 대변하는 인물들이었다.
시대의 운을 잘 이용하여 자산을 불린 아버지 덕에 부족할 것 없이 자란 보미는 보금자리인 집까지 아빠에게 제공받아 결혼한 인물로 그려졌는데, 아직은 자신의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든든한 아버지 덕에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인물로 그려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왜 이렇게 서영 역 3번 출구에 혈안이 되는지,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를 진행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댈수록 카메라 밖 상황들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어했다.
그런 모습에서 보미란 인물은 어찌 보면 철이 없었고 다르게 보면 가장 속물적이지 않은 인물로 그려졌다.

아영은 돈 때문에 일찍이 집식구들과 연을 끊고 보잘것없는 월세에 언제 재개발될지 모르는 다세대주택 원룸에 사는 인물이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가장 열심히 살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사는 것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였다. 발버둥 쳐도 구렁텅이는 끝까지 구렁텅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어두운 MZ 세대들의 고민과 현실이 그려져 굉장히 가슴 아팠던 이야기였다.

작가님의 글들을 읽을 때마다 익숙함을 느끼곤 한다.
이유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가슴 시릴 정도로 현실적이기 때문인데, 픽션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누군가는 진짜 이렇게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떤 관점으로 소설 속 누구를 욕하고 돌을 던질 수 있을지 굉장히 어렵고 헷갈린다. 내가 소설 속 어떤 인물의 입장이 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들이 이번에도 굉장히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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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22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이 책 담아가요~~

러블리땡 2022-01-24 05:27   좋아요 2 | URL
ㅎㅎㅎ 집 값 얘기인데요 씁쓸해져요 ㅎㅎ ㅠ_ㅠ 잣대를 누구에게 대느냐에따라 입장이 달라져서 참 여러 생각 갖게 하더라구요 추천드려용 ^^
 
노 저을 때 물 들어왔으면 좋겠다
샴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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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그림 가득한 책, 감성 인스타 피드를 구경하는 것 같은 글과 그림들이 진짜 요즘 세대의 고민거리를 주제로 담고 있었다.

독한 년이 되고 싶은 'F'라고 자신을 표현했는데
MBTI가 자신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MZ 세대답게 당차고 솔직하며 모든 걸 보여주는 자기표현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성적이며, 전체적인 상황을 통해 판단하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옳고 그름보다 '좋다','나쁘다'라고 생각하는 유형. 이것이 F 유형이라는데 진짜 F의 감성을 많이 담고 있었다.

SNS 속 멋진 남의 삶이 부럽다가도 눈앞에 치킨 한 마리에 그동안의 고민을 잊고 행복을 찾는 모습이나,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는 모습, 멘탈 부서지는 소리를 재치있게 표현한 장면, 상처를 내려놓아도 된다는 따뜻한 위로,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으로 바꿔주는 메시지 등 미래와 현실에 불안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과 그림이 많아서 쉽게 읽혀도 깊게 공감하게 만들고 있었다. 

'노 저을 때 물 들어왔으면 좋겠다'라는 제목부터가 작가가 바라는 바와 우리의 바람이 일치되고 있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책이었다. 내가 노력을 시도할 때 물이 들어와 큰 강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그림이 예쁘지 않아도 작가님의 예쁜 마음이 느껴져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우리 마음에 큰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들이 많아 따뜻했던 그림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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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22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야 하나요?

러블리땡 2022-01-24 05:28   좋아요 1 | URL
오 그러네요 발상의 전환일 수 있겠네요 ㅎㅎ 신박해요 제목부터가 ㅎㅎ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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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
자유롭게 여행하던 우리에게 코로나 시기는 꽤나 주체적인 억압의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쌓이고 쌓인 여행 이야기를 가진 작가님이 뭐라도 해보려고 쓰기 시작한 여행 에세이로 꽤나 흥미롭게 서두를 시작하고 있었다.

여러 사람의 취향을 고려해 만든 기내식에 대한 이야기부터 조금 TMI 일 수 있는 작가님의 MBTI의 특성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 이야기, 배낭여행을 싫어하게 된 첫 번째 여행기의 속 사정, 2000년대 초반에 스페인에서 노브라 여행을 즐긴 썰, 여행지에서도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이유, 꼭 싸야 할 것만 싼다는 자신만의 짐 싸는 비법, 수많은 솜땀을 섭렵했던 비결, 에어비엔비와 여행지 SPA 매장 이용하는 방법, 언어장벽 극복 비법 등 독특한 자신만이 겪은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여행에서 풋풋한 설렘보다 새로운 일상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익숙했다. 새로운 여행지를 주어진 시간 안에 퀘스트 끝내듯이 뛰어다니는 이미지는 이 책에 없었다. 열심히 돈을 모아 여행지에서 돈을 쓰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게 참 뭐라고 굉장히 공감 가고 이렇게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이 꽤나 답답하고 힘들어서 여행 가서까지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작가님의 속내가 꽤나 진하게 느껴졌다. 바리바리 싸 들고 간 책 한 권을 여행지에 두고 온다거나 여행지에서 남긴 좀 더 어린 시절 내 얼굴이 핸드폰에 가득 담겨있는 일 등은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했고 꽤나 재밌었다. 여행이라는 두 글자에 할 말이 이렇게나 많은 작가님의 여행 재개를 응원하며 나 또한 여행을 떠나며 작가님을 떠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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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1-21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낭보다는 패키지쪽이~ 낯선 도시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무리 속에 끼여 들고 싶네요|

러블리땡 2022-01-21 23:35   좋아요 0 | URL
ㅎㅎㅎ 패키지가 좋긴 하죠 ㅎㅎ 저도 빨리 여행이 자유로워지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어요 ㅎㅎ 기억의집님을 위해서도요 ^^
 
느리게 걷는 미술관 - 예술 애호가의 미술 사용법
임지영 지음 / 플로베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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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관련된 에세이라니 수많은 에세이 중 처음 접하는 분야였다. 개인적으로 미술은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있어서 이번 책을 계기로 좀 가까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 한 점이 일상에 어떻게 스치는지 집중한다고 이야기하며 시작했다.
예술은 공부가 아니라 감각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며 예술을 잘 알지 못해도 움츠러지지 않고 삶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시작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예술 애호가인 작가님의 아버지 덕에 병풍부터 당나귀 동조각 등 여러 예술품 속에서 뒹굴거리는 일상을 보내왔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숨 쉬듯 접해온 예술 작품 덕에 예술품을 보는 시선이 꽤 자유롭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전시회는 생각보다 어렵고 무거운 곳이 아니며 즐겨야 한다는 것과 운명처럼 만나는 그림 한 점, 작품 하나에 막혀있던 숨구멍을 찾고, 어릴 적 추억과 온기를 찾아내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그려졌다. 

예술은 잉여가 아니라 생존이라고 표현하던 것이 유독 눈에 띄었다. 생의 가장 기쁠 때나 힘들 때 함께하는 것, 그리고 우리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라니 작가님이 소개하는 작품 하나하나에 감정이 동화되고 스스로의 위안을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내가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림들, 특별할 것 없는 변기들, 시작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들, 미술의 정규 과정을 다 겪지 않은 사람의 작품들도 모두 예술이라는 것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예술작품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꼭 이 책으로 확인하라고 설명하고 싶다. 굉장히 독특하고 현실적인 예술에 관한 물음들도 상당히 많이 담겨져 있어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와 다른 일상을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작품이라는 공통의 예술을 바라보며 굉장히 특별한 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책이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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